[의창] 롱코비드 신드롬(Long COVID syndrome)

입력 2022-06-22 06:30:00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 그날 외래에 예약된 환자를 한 번씩 훑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누가 올까?' 한참을 보다가 '이지훈'이란 아이 이름을 본 순간 약간의 답답함을 느꼈다. '아직도 기침이 계속되는 걸까?', '더 나빠진 걸까?' 고민에 고민을 더하면서 말이다.

오후, 마지막 시간에 지훈이가 진료실 안으로 들어왔다. 소아과 대기실에서 울려 퍼지는 기침 소리를 들으니, 분명 지훈이가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훈이는 고등학생으로 4월 초에 코로나를 앓았다. 그때는 가벼운 기침과 미열이 있었고, 별 탈 없이 코로나 격리 기간이 지나갔다. 그런데, 1주 정도 지나면서 기침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다른 병원에서 2주 정도 여러 약을 써도 낫지를 않아서, 5일 동안 입원도 하였다. 입원해서, 여러 혈액검사와 흉부 X-ray, CT 촬영도 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 기침이 점점 심해져서, 스테로이드라는 약도 사용하였다. 기침이 시작되고, 4주가 되던 5월 초에 지훈이를 처음 만났다. 진찰도 괜찮고, 다른 병원에서 가져온 모든 자료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천식, 비염, 다른 심장에 관련된 문제가 없는지 물어보았지만, 이제껏 건강히 지냈다고 한다. 진료 중에 울리는 듯한 큰 소리로 힘들게 기침하는 지훈이가 몹시 안쓰러웠다. 우리 병원에서 쓰는 기침약을 써보고, 천식 확인 검사를 하기로 하고 1주 뒤에 보기로 했다. 1주 뒤, 천식 검사에서도 정상이었다. '기침은 약간 줄어들었지만, 기침 때문에 학교에서 눈치가 보인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약을 바꾸고 다시 경과를 지켜보았다. 한 주 한 주가 지나고, 오늘이 3주째 되는 날이었다.

'롱코비드 증후군'. 어렴풋이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오늘은 분명히 설명해 주었다. 롱코비드 증후군이란 코로나의 초기 증상은 사라졌지만, 만성 기침, 만성 피로, 두통, 기억력 저하, 집중력 장애, 가슴 통증과 압박감 등이 4주 이상(기준에 따라서는 12주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국내외 여러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중 10~30% 정도가 후유증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다.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면역체계 교란이 이야기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생긴 항체가 정상 세포를 공격해 자가면역반응을 일으키고, 여기에서 생성된 여러 화학 물질들이 이런 증상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지훈이와 부모님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면서, 보통 12주 정도 지나면 많이 호전될 거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처방이지만, '힘들더라도 기침을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아보라고', '선생님도 지훈이에게 도움이 되는 약이나 다른 방법을 열심히 찾아보겠다'고 약속하였다. 병명과 예후, 함께 노력하자는 약속과 격려를 뒤로하고, 지훈이는 진료실을 나갔다.

코로나 감염자가 최근 급격히 줄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후유증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코로나 감염 이후에 너무 피곤해서 학교에서 계속 졸린다는 태훈이도, 다리가 너무 아파서 학교에 걸어가기도 힘들다는 지민이도, 그리고 가슴이 너무 두근거려서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예성이도, 숨 쉬는 것이 힘들어서 너무 답답하다는 민정이도 있다.

여러 병원에서, 여러 약을 먹었고, 여러 검사를 해도 답이 나오지 않아, 아이들은 너무 힘들어한다. 건강도 문제지만, 이것이 학교생활과 학업의 문제로 이어지니 부모님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쓸 수 있는 약들은 비슷하다. 그렇지만,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얘기를 오랫동안 들어주고, 힘든 점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격려해 주고 지지해 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이다. 2022년도에, '우리 함께 노력하자', '기침을 참아보자'라는 말도 안 되는 처방을 하고 있으니, 어떨 때는 내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직까지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코로나 후유증을 호소하는 아이들을 보며, 안쓰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진료실을 나가는 지훈이 엄마에게 '1주일 뒤에 보자. 다음번에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을 건넸다. '1주일 뒤에 다시 외래에 오실까?' '더 잘 보고, 유명한 병원을 찾아가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걱정도 들기는 하지만, 다음에 만날 때는 조금이라도 좋아졌을 지훈이를 생각하며 오후 진료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