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변호사사무실 '공포의 20분'…변호사·직원들, 방독면 쓰고 탈출

입력 2022-06-09 14:14:28 수정 2022-06-09 17:56:12

4층 사무실에 10여 명 갇혔다가 구조…"방화범이 인화물질 뿌린 듯"

범행당시 CCTV영상
매일신문 현장영상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불이나 시민들이 옥상 부근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이 화재로 7명이 숨지고 46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불이나 시민들이 옥상 부근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이 화재로 7명이 숨지고 46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대구 수성구 변호사 사무실에서 화재로 40명이 숨지거나 다친 가운데 9일 오후 2시 현재 해당 건물 주변이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건물 외관은 유리창 몇 장이 깨진 것을 제외하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지만, 주변에는 현장 수습을 위해 출동한 구급차와 소방차, 취재진이 몰려 붐비고 있다.

이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화재로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진 이들 상당수는 변호사였다. 변호사 사무실이 밀집한 건물 특성상 화재 현장 주변에 입주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이들을 중심으로 피해가 컸다.

화재 건물에서는 변호사 30여 명이 입주해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2층 한 변호사 사무실은 계단으로부터 가장 먼 쪽에 있었다. 대표 변호사 등 3명의 변호사가 함께 쓴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당시 '펑' 하는 소리가 났던 만큼 주변에 사는 주민들도 현장에 대거 몰려 있었다. 경찰은 현장 주변 도로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외부인 접근을 막았다. 소방당국도 주변에 가림막을 설치한 채 사망자와 부상자를 이송했다.

9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법원 부근 7층 빌딩 2층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신원을 알 수 없는 7명이 숨지고 46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소방과 경찰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법원 부근 7층 빌딩 2층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신원을 알 수 없는 7명이 숨지고 46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소방과 경찰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과 수십m 떨어진 동대구로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추가 화재 등에 대비해 대기하는 소방차 몇 대를 제외하면 도로 교통이 원활한 편이어서 뉴스를 보지 않은 사람은 화재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였다.

화재 직후 바로 위층인 3층에 있던 사람들은 4층 등 건물 위로 대피했다. 일부는 건물 밖 비상계단으로 옥상까지 대피했다.

건물 4층에 입주한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의 사무실에서도 3층 사무실에서 일하던 변호사 등 모두 12명이 연기를 피해 대피했다가 20분쯤 뒤 소방관으로부터 방독면을 건네받아 이를 쓰고 현장에서 탈출했다.

이 회장은 "갑자기 비명이 났고, 조금 지난 뒤 연기가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래픽]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밀집 빌딩 화재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46명이 다쳤다. zeroground@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그래픽]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밀집 빌딩 화재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46명이 다쳤다. zeroground@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대피한 이들은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연기가 너무 많아 밑으로는 대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변호사는 "20분 정도 지나 소방관들이 건넨 방독면을 쓰고 나서야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변호사는 "대피하며 봤는데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변호사 사무실 문이 열려있었다. 방화범이 문을 연 채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것 같았다"고 말했다.

9일 오전 10시 55분께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법원 뒤 7층짜리 빌딩 2층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신원을 알 수 없는 7명이 숨지고 46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소방과 경찰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10시 55분께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법원 뒤 7층짜리 빌딩 2층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신원을 알 수 없는 7명이 숨지고 46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소방과 경찰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10시 55분께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법원 뒤 7층짜리 빌딩 2층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난 가운데 건물 유리창이 깨져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10시 55분께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법원 뒤 7층짜리 빌딩 2층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난 가운데 건물 유리창이 깨져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