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급증에 미술실, 음악실 등 특별교실 다 없애고 일반교실로
화장실 부족에 교사 휴식 공간도 마땅찮아
훗날 학령인구 자연 감소… 쉽사리 증축하기도 어려운 상황
대구 일부 지역 초등학교들이 교실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인근 아파트 재개발·재건축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학생이 늘면서 과밀학급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해당 학교들은 교내 각종 공간을 교실로 바꾸고, 임시건물을 설치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 학생 급증에 특별교실 없애고 일반교실로
대구 달성군 옥포읍의 A초등학교에는 현재 38개 학급에 878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지난 2017년 418명(21개학급)과 비교해 불과 5년 새 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 2015년 A초교 인근에 815가구 규모의 공공임대주택 단지가 들어서면서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의 유입이 많았다. 이들 자녀들이 단기간에 몰리면서 학급 수요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6년 만들어진 다목적 교실 3곳과 미술실 1곳은 모두 4학년 일반교실로 대체됐다. 애초 진로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진로교실은 1학년 일반교실로 바뀌었고, 교과실 1곳과 음악실 1곳은 각각 3학년, 6학년 교실로 사용되고 있다.
특별실을 만들기 위해선 학급 수를 줄여야 하는데, 그럴 경우 학급당 학생 수를 늘려야 해 과밀학급 문제가 발생한다.
달성군 유가읍의 B초등학교 역시 지난 2015, 2016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6년 새 학급이 48개에서 62개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전교생 수도 1천245명에서 1천711명으로 400명 이상 늘었다.
이렇다 보니 특별실은 음악실과 과학실 각각 2곳, 그리고 컴퓨터실은 1곳만 남았다. 학급 수가 늘면서 2016년 설립 당시 있었던 영어교실 2곳, 예절실 1곳, 실과실 2곳, 컴퓨터실 1곳, 미술실 2곳은 모두 일반교실로 대체됐다.
B초교의 한 교사는 "공작·요리 등 활동을 할 수 있는 특별실이 있다면 학생들이 직접 체험을 통해 생활 속에서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교실 부족으로 체험 학습 기회가 줄었다"고 말했다.
◆ 미술실·음악실도 없어…화장실 부족까지
동구 괴전동의 C초등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지난 2017년 인근에 728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이듬해 학급이 4개 늘어 33개가 됐다. 지난해에도 555가구의 또 다른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올해 기준으로 39개 학급이 됐다.
이에 따라 특별교실을 일반교실로 재배치해 임시로 교실 수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 C초교의 일반교실은 2020년 34개에서 올해 39개로 늘었다. 특별교실 2곳, 교원지원공간 1곳, 교과교실 1곳, 회의실 등은 모두 일반교실로 바뀌었다.
주변의 D초등학교와 비교해봐도 교육 환경은 열악한 상황이다. D초교는 전교생 1천33명에 40개의 학급으로 C초교와 비슷한 규모지만, C초교에는 한 곳도 없는 방과후교실이 6개나 된다. 화장실도 31개에 달해 16개뿐인 C초교보다 2배나 많다.
교직생활 20년차 C초교 교사는 "화장실이 부족해서 쉬는 시간마다 학생 줄이 길게 형성되곤 한다"며 "방과후 교실과 화장실의 부족은 불편을 넘어 아이들 교육과 발전, 그리고 생활에 큰 지장을 준다"고 토로했다.
◆ 과밀학급 때문에 '모듈러 교실'까지 설치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E초등학교는 교육열이 높은 수성구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학군지에 있다. 이로 인해 과밀학급 문제를 고질적으로 겪어왔다. 2018~2020년에 걸쳐 소규모 아파트 4곳이 들어서면서 전교생이 1천900명이 넘었다.
특히 근처에 명문으로 손 꼽히는 중·고등학교가 포진해 있어, 진학을 목적으로 고학년에 접어들 무렵 전학을 오는 경우가 많다. E초교의 한 교사는 "지난 2019년 전출입 업무를 담당했는데, 학교 바로 앞에 227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선 뒤 3월 중 하루에만 전입생이 300명 이상 몰린 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 학교의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32.9명이다. 이는 수성구(24.2명)와 대구시(22.2명)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올해 기준으로, 전교생(1천909명) 중 6학년이 22.4%를 차지할 만큼 비율이 높다.
6학년 학생이 너무 많아 교실 공간이 부족해 도서실 일부분와 컴퓨터실과 과학실 등을 일반교실로 사용하고 있다. 강당도 좁아 체육 수업을 위해 4개 학급만 모여도 혼잡해져, 교사들 사이에선 수업 지도를 위해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
E초교의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 말부터 학교 부지 내 모듈러 교실 설치를 추진했고, 올해 4월 말부터 6개 학급 규모의 모듈러 교실에서 수업을 시작했다. 현재 6학년 13개 학급 중 4개 학급이 각각 일반교실로 쓰고, 나머지 2개는 특별실로 운영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최근 각종 개발 사업으로 학생 배치에 어려움이 있지만, 모듈러 교실 설치와 학교 신설 등을 통해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단기간에 학생이 급증한 초등학교들의 애로사항을 인정하면서도 "시간이 지나 학생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초등학교가 텅 비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증축을 쉽사리 추진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학교 상황을 고려해 여건에 따라 모듈러 교실 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공동주택 개발에 따른 학생 유입에 대해선 사업시행자 부담으로 교실 증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달성군 대구테크노폴리스의 경우 2024년 3월에 학교 한 곳을 신설하는 등 학생을 적정하게 배치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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