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서 수갑 빼고 달아난 미등록외국인…경찰 소홀한 대응이 피의자 놓쳤다

입력 2022-06-01 19: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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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1시10분쯤 성서파출소에 붙잡혔다 수갑 빼내고 달아나
전날 편의점에서 대량으로 게임상품권 구매하다 직원에 덜미
파출소에 근무 중인 경찰관 3명 있었지만 피의자 방치해두고 방심

대구 성서경찰서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 성서경찰서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 달서구에서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붙잡힌 베트남 국적의 외국인이 도주하는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경찰의 허술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성서경찰서에 따르면 1일 오전 1시 10분쯤 성서파출소에서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40대 베트남 국적의 남성 A씨가 손에서 수갑을 뺀 뒤 달아났다.

A씨는 전날인 31일 오후 11시 55분쯤 이곡동의 한 편의점에서 모바일 게임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하려다 직원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체류기간이 지난 미등록 외국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달아나는 과정에서 경찰의 대처가 허술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당시 파출소 내에 경찰관 3명이 있었다. A씨는 파출소에 있던 의자와 연결된 수갑을 양 손에 차고 있던 중 경찰이 출입국관리사무소 인계를 위한 서류 작업을 하는 틈을 타 수갑에서 손을 빼낸 뒤 도주했다.

문제는 피의자 옆에서 도주와 자해를 방지하는 경찰(사건보호관)이 당시 현장에 따로 없었다는 점이다. 근무 중이던 경찰관 3명은 모두 피의자 옆이 아닌 책상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느슨한 수갑도 A씨의 도주를 도운 것으로 추정된다. '인권 침해'라는 이유로 수갑을 꽉 조이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는 설명이다. 비교적 체구가 작은 것으로 알려진 A씨의 신체 특성도 도주를 수월하게 만들었다. 성서경찰서 한 관계자는 "동남아시아인의 경우 신체 특성상 체구가 작아 수갑을 채워도 쉽게 풀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찰청은 형사 2개팀을 급파하고 성서경찰서 형사과 전체와 A씨를 수색하고 있다. 도주 당시에도 경찰은 즉각 검거에 나섰지만 인근에 골목길이 많은 데다 A씨가 담장을 넘어 도망치는 바람에 붙잡지 못했다.

대구경찰청은 부실 대응을 인정하며 향후 직원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사건보호관이 없었고 파출소에 있던 경찰관들이 방심했다. 새벽이었던 탓에 직원 휴게시간과 겹쳤던 취약 시간대였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드린다. 추후 직원 교육 강화 등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