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그가 던진 질문 4

입력 2022-05-24 11:18:13

전헌호 대구가톨릭대 대학원 종교영성학과 교수

전헌호 대구가톨릭대 대학원 종교영성학과 교수
전헌호 대구가톨릭대 대학원 종교영성학과 교수

우리는 땅 속에 있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비롯한 각종 지하지원을 캐내, 필요한 곳으로 운반하고 적절하게 활용하는 데에 얼마나 많은 수고와 과정이 있는지 알고 있다.

지하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제철소에서 필요한 철광석을 저 멀리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싣고 와서 많은 작업공정을 거쳐 사용할 수 있는 철로 만든다. 이러한 과정에 필요한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을 중동,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수입해오는 데에는 대형 선박들을 동원해야 하는 등 많은 수고가 필요하고 엄청난 경비가 드는 것도 물론이다.

곡물, 생선, 육류, 채소, 과일을 비롯한 각종 먹거리를 생산하고 운반하며 마침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만들기까지에는 지하자원보다 훨씬 더 많은 수고와 과정들이 필요하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지구촌에서 목축이나 어업, 농사를 짓지 않고 자연이 제공하는 것만을 수렵, 채집해 살아갈 수 있는 인구는 불과 2억 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먼 거리를 이동해 다니며 계속 찾아야 하고, 하루 종일 다녀도 허탕치는 날이 비일비재해 굶주림에 시달리는 날들이 많을 것이다. 먹기 좋게 잘 익은 과일을 맺은 나무들은 드물고, 동물들은 쉽게 잡혀 먹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오랜 기간 고달픈 수렵과 채집생활을 거쳐 농사와 목축하는 방법을 익혔으며, 배를 이용해 물고기들을 대량으로 잡는 방법도 알아내 오늘날까지의 생존을 이어왔다.

농사와 목축, 어업은 많은 지식과 노동을 동원해야 하는 일이다. 게다가 맨몸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배와 기계, 그외에도 많은 기구들이 필요하다.

인류는 수만 년을 살아오면서 축적한 경험과 지식, 그동안 형성한 각종 제도와 법률들을 활용해 그 많은 복잡한 일들을 수행해왔다. 그 결과,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는 날마다 각종 식재료들이 쌓여 소비자들의 구매를 기다리고 있다. 손쉽게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는 먹거리들이지만,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엄청난 과정들이 있다.

배추 하나가 마트에 진열돼 팔리기까지를 생각해보자. 밭에 거름을 뿌리고 갈아엎어 거름이 흙에 섞여들고 흙이 부드럽게 되도록 하는 것에서부터 이랑 만들기, 씨앗 뿌리기, 물 주기, 잡초 제거하기, 솎아내기, 해충 잡아내기, 수확하기, 다듬기, 시장으로 실어 나르기 등 추위와 더위를 감당해가며 수고한 노동의 과정들이 있는 것이다.

내가 날마다 먹는 음식이 된 식재료의 종류도 대단히 많다. 식재료뿐만 아니라, 그것을 조리하는 기구에도 세계 각국의 에너지가 모여 있다. 결국 나와 가족, 이웃의 삶 속에 지구촌 생태계가 녹아들어있고, 그 속에는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인류에 대한 사랑도 깊게 개입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