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가림성'서 백제 성벽 드러났다…석축 배수로도 확인

입력 2022-05-21 07:10:26

조사단 "조선시대까지 5차례 이상 고쳐 쌓아"…내부엔 3m 깊이 우물

부여 가림성 성벽과 배수로.문화재청 제공
부여 가림성 성벽과 배수로.문화재청 제공
부여 가림성에서 발견된 고려시대 우물. 문화재청 제공
부여 가림성에서 발견된 고려시대 우물. 문화재청 제공

백제가 충남 부여에 수도를 둔 사비도읍기(538∼660)에 도성 방어를 위해 쌓은 부여 가림성에서 백제시대 성벽과 배수로 등이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부여군, 백제고도문화재단과 함께 부여 가림성 북쪽 구간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해 땅을 다지는 기초공사를 한 뒤 화강암으로 외벽을 조성하고 안쪽은 흙을 쌓아 올린 백제시대 성벽을 찾아냈다고 20일 밝혔다.

백제 성벽은 높이가 최고 5.2m이며, 폭은 12m이다. 길이는 대략 20m다.

성벽 안쪽에서는 성과 나란히 만든 폭 0.9∼1m인 석축(石築) 배수로가 발견됐다. 배수로는 돌을 양쪽에 세우고 바닥에도 깔아 완성했다.

백제고도문화재단 관계자는 "처음으로 가림성 성벽 단면을 정밀히 조사해 백제 축성기법을 알아낸 것이 성과"라며 "바깥쪽은 돌로 쌓고 안쪽은 흙을 사용한 점이 백제 유적인 부여 나성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림성은 백제가 처음 조성한 이후 조선시대까지 최소 5차례 이상 고쳐 쌓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바깥쪽 성벽을 보강하고, 성 안쪽에 돌로 벽을 만든 흔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통일신라시대와 조선시대 집수지(集水池·물을 저장하는 시설)가 확인됐던 성벽 내부에서는 가로 56㎝, 세로 75㎝, 깊이 3m인 고려시대 우물이 추가로 드러났다.

조사단은 가림성 서문터에서도 시굴조사를 통해 2차례 이상 고쳐 쌓은 성벽을 찾아냈다. 서문은 상부가 개방된 형태로 파악됐다.

백제 동성왕 23년인 501년 축조된 가림성은 석성산성, 청마산성 등과 함께 사비 외곽을 감싼 산성이다. 백제 성곽 중 옛 지명과 축성 연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유적으로 알려졌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위사좌평 백가가 동성왕이 자신을 가림성으로 보낸 데 앙심을 품고 왕을 죽인 뒤 이곳을 근거지로 삼아 반란을 일으켰다가 새롭게 즉위한 무령왕에게 죽임을 당했다.

백제고도문화재단 관계자는 "제8차 조사로 가림성의 역동적 변화상을 일부 확인했다"며 "백제 배수로와 연결되는 집수 시설을 발견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