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안의 클래식 친해지기] <17> 멘델스존의 '무언가'(Songs without Words)

입력 2022-05-16 11:46:23

유대안 대구시합창연합회장

유대안 대구시합창연합회장
유대안 대구시합창연합회장

음악가들 중에는 음악을 할 수밖에 없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많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음악적 감수성과 음악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조성된 가정환경이 중요한 것이다. 바흐의 경우 대대로 이어온 음악가의 가문에서 태어나 음악가가 될 수 있는 확률이 높았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의 경우도 부친이 음악가였기 때문에 부친의 음악적인 유전자를 물려받았고 조기에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음악가들은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음악적 재능뿐 아니라 집안 환경도 음악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인이 된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환경에서 음악생활을 한 음악가를 들면 보통 독일 낭만파 음악가 멘델스존(Jakob Ludwig Felix Mendelssohn, 1809~1847)을 든다. 그는 고단한 예술가의 삶을 살았던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과 달리 그의 생애에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멘델스존은 북부 독일 함부르크의 명망있는 유태인 가문의 부유한 은행장인 아버지와 문학가이자 아마추어 음악가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유복한 생활을 하면서 자랐다. 아버지는 어린 아들의 생일 선물로 악단을 만들어 악장을 시켜줄 정도였는데, 당시 음악가들에게 흔치 않는 일이어서 주위로부터 많은 시샘을 받기도 했다. 당대의 최고 문호인 괴테가 어린 멘델스존의 천재성을 보고 칭찬한 사실을 봐도 괴테를 만날 수 있는 가문의 자제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멘델스존은 물질적인 풍요 속에 행복한 결혼 생활과 원만한 인간관계, 그리고 우아한 용모와 품위 있는 사교성을 지녀 왕후들에게 자주 초대되었고, 연주회도 도처에서 성공을 이뤘다.

멘델스존의 이름은 펠릭스(Felix)인데, '펠리스'라는 말은 라틴어로 '행복' 또는 '행운'을 의미한다. 멘델스존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 같다. 그래서인지 멘델스존의 음악은 장르별로 성격이 차이가 나지만 대체로 밝고 명쾌하다. 그의 작품은 리듬, 선율, 화성에서 고전파 양식을 따르지만 내용면에서 낭만파의 특징 중 하나인 표제적인 성격을 지닌다. 그의 음악은 마치 그림을 보는 듯 눈에 선하다. 명확한 음악적 표현은 그의 밝은 성격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관현악곡 중 하나인 '한 여름 밤의 꿈'은 17살 때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읽고 부수음악으로 작곡한 작품이다. 서주부터 피날레까지 모두 열 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곡마다 극 중 장면이 선명하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그 중 일곱 번째 곡인 '결혼행진곡'은 지금도 결혼식에서 사용된다. 또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Op.64는 베토벤의 협주곡과 견줄 만한 걸작으로 많은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사랑받는다.

요즈음 나는 멘델스존에 푹 젖어있다. 다름 아닌 그가 16년 동안 쓴 피아노곡 '무언가' 48곡을 접하면서 그의 음악에 빠지고 말았다. 말 그대로 '가사 없는 노래'인 '무언가'는 우아하고 매력적인 선율과 화성진행, 그리고 감각적이고 풍부한 상상력에 순순히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48개의 모든 곡이 아름답지만 그 중 13번, 15번, 18번, 19번 등이 내게는 더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30번 '봄노래'는 마냥 사랑스럽다. 오늘도 '무언가'를 펼치면서 멘델스존을 느껴본다.

대구시합창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