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일꾼 돌려줘" 민주당 수성구의원 컷오프에 주민들이 뿔난 이유는?

입력 2022-05-09 16:37:38 수정 2022-05-09 21:04:50

지역 평가 높은 구의원 컷오프하고 '청년 공천'
주민 "국민의힘 지지하는 사람도 이 사람 찍어"

박정권 수성구의원의 컷오프에 반대하는 수성구 주민들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을 항의 방문했다. 주민 성유정 씨 제공
박정권 수성구의원의 컷오프에 반대하는 수성구 주민들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을 항의 방문했다. 주민 성유정 씨 제공

"우리 동네 일꾼을 돌려주세요."

'보수 텃밭'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의원 한 명의 공천 배제를 두고 지역사회가 들썩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민주당의 6·1 지방선거 기초의원 후보 공천에서 박정권 수성구의원이 컷오프되자 당과 상관없는 주민들이 앞장서 규탄에 나서면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대구시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수성구 가' 선거구(범어1·4동, 황금1·2동) 기초의원 후보로 정대현 시당 청년위원장을 단수 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민주당 대구시당은 박 구의원과 정 위원장의 경선을 통해 이 선거구에 출마할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국회의원 지역구마다 여성 1명·청년 1명 이상을 공천하기로 돼있는 당규가 문제가 됐다.

일부 청년 후보자들이 이를 근거로 재심을 요청하자 중앙당 비대위에서 박 구의원을 컷오프하고 정 위원장을 단수 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수성구갑 지역구에서 출마를 결정한 기초의원 후보 가운데 '청년'에 해당하는 인물이 정 위원장 1명 뿐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박 구의원이 다른 지역까지 소문이 날 정도의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지역구 민원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민원이 들어오면 어떻게든 들은 뒤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한다는 평가가 지역 정치권에 파다했다.

자연스레 지역 주민들이 먼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수성구 주민 10여명은 "박 구의원을 다시 일하게 해달라"며 지난 7일 민주당 대구시당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박 구의원의 컷오프 소식을 듣고 사무실에 모였다가 항의 방문에 뜻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권 수성구의원
박정권 수성구의원

방문을 주도한 수성구 주민 성유정 씨는 "모인 사람 대부분이 민주당과 관계 없는 일반 시민이고, 심지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분도 있다"며 "우리는 그저 일 잘하는 분에게 일을 시키고 싶다. 대구 모든 의원을 통틀어 이 분만큼 일 잘하는 분은 단연코 없을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구의원은 주민들끼리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고 말할 정도로 성실했다. 이렇게 일 잘 하는 구의원을 왜 공천하지 않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금1동에 산다고 밝힌 또 다른 주민은 "보수정당만 오래 지지해왔고, 이번 선거에서도 모두 국민의힘을 찍으려고 했지만 구의원만은 그 사람(박 구의원)을 찍을 계획이었다"며 "이런 사람이 공천을 못 받으면 어떡하느냐. 박 구의원이 없으면 우리 동네에는 민주당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박 구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검토 중이다. 박 구의원은 "두 번째 기호라도 받을테니 복수 공천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금명 간에 무소속 출마 여부를 결론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대구시당의 지방의원 공천 작업이 파행을 빚으면서 대구 곳곳에서 무소속 출마자가 속출하는 등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 동구의회에서도 이은애·권상대 구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