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 처리하려면 20억 들고 가' 정영학, 대장동 로비 정황 담긴 녹취 공개

정영학 회계사 녹음파일 성남시의회 로비 정황 또 나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정영학 회계사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오후에 속개되는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 정영학 회계사의 녹음 파일에서 성남시의회를 상대로 한 '대장동 일당'의 생생한 로비 정황이 법정에서 처음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준철)는 2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 등에 대한 공판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김 씨 등과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에 대한 증거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녹음 파일은 2013년 3월 초부터 8월 말까지의 내용이 포함됐다.성남시의회가 2013년 2월 28일 성남도시공사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킨 직후였던 것으로 보인다. 녹음 파일에는 김 씨 등 대장동 일당이 성남시의회에 불법적으로 로비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다수 담겨 있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이익은 약속했던 사람들에게 잘라서 줘야 한다고 합의하고, 강한구 성남시의원 로비는 김 씨가 맡겠다고 언급한 사실이 확인된다"면서 "강 의원은 2012년까지만 해도 공사 설립에 유보적 입장을 취하다가 이후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유동규 - 김만배 - 남욱 - 정민용. 자료사진 연합뉴스

녹음파일에서 2013년 3월 9일 김 씨가 "한구 형(강한구 전 성남시의회 의원)은 내가 처리하겠다"고 말했고, 이어 정 회계사는 "10억~20억 원 가져가서 정리하셔야 한다. 대신 나중에 그쪽에서 문제 생기는 거에 대해서 책임은 지셔야 한다"고 답했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도 등장했다. 김 씨와 정 회계사는 대화에서 수차례 '의장님'을 언급했다. 김 씨가 "애들은 의장님한테 잘하냐"고 묻자 정 회계사는 "이제 잘하겠죠"라고 대답했다.

또 김 씨가 "욱이(남 변호사)는 찰딱 붙었을 거고"라고 하자, 정 회계사는 "욱이는 잘 붙었다"며 맞장구쳤다. 김 씨는 이에 "대장동 (사업의) 키는 의장님이 완전히 쥐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이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3년 성남시의회 전체 의원 34명 중 18명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새누리당은 성남도시공사 설립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 전 의장과 강 전 의원이 공사 설립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설립 조례안이 통과됐다.

유 전 본부장과 대장동 일당이 공사 설립 전부터 사업을 공모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도 등장했다. 정 회계사는 2013년 3월 9일 김 씨와 통화하면서 "유동규만 꼬시면 된다. 유동규를 시켜서 (땅을) 수용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29일부터 정 회계사의 녹음파일을 재생하는 방식으로 증거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재생할 녹음파일이 66건에 달해 오는 3일과 6일 공판에서도 녹음파일을 재생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