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일상 회복

입력 2022-04-27 06:30:00

인간이 걸리는 감염병 중 70% 인수공통감염병
일상회복 추진 위해선 국민, 정부 힘 합쳐야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필자가 근무하는 의과대학 건물 앞에 조그마한 치유의 정원이 있다. 4월이 되면 봄을 알리는 매화, 목련, 개나리, 벚꽃들이 피고 조금 지나면 느티나무, 팽나무, 이팝나무와 이름도 모르는 나무의 이파리들이 연노랗게 물든다. 화창한 낮에는 병원의 환자와 보호자, 의료인들이 여기 쉼터의 벤치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거나 거닐면서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가진다. 지난 2년간은 강력한 거리두기 등으로 환자와 보호자의 출입이 힘들었지만 올해는 예전 모습을 일부나마 되찾아가고 있다. 필자도 주말 당직이 있을 때 인적이 드문 조용한 아침 치유의 정원 주위를 산책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는 것을 좋아한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그동안 무심히 보았던 우리 주위의 꽃과 나무 한 그루도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것 같다.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나 만물이 소생하는 봄꽃의 화려함, 신록이 우거져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는 여름의 울창한 나무, 나뭇잎이 형형색색 물드는 아름다운 가을 정취, 그리고 차가운 바람에 낙엽이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죽음을 묵상하게 하는 겨울 이 모든 것이 자연의 일부이고 우리의 일상이다.

우리는 평소에 나무나 꽃의 화려한 겉모습만 보지만 꽃과 나무의 근본은 글자 그대로 뿌리이다. 꽃과 나무의 뿌리는 땅속에 묻혀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그것을 지탱하는 힘과 수분, 영양분은 뿌리를 통해 공급된다. 뿌리가 건강해야만 나무는 꽃을 피울 수 있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만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는데 그 근본이 어지러우면서 말단이 잘 다스려지는 경우는 없다'는 성현의 말씀이 있다.

전 세계적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자연의 소중함과 자연의 질서에 대해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한다. 최근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에볼라 바이러스, 사스, 메르스와 같은 세계적 대유행 호흡기 감염병은 인수공통감염병 즉 동물과 사람이 서로에게 전파할 수 있는 전염병이다. 전 세계에서 2억 명을 넘게 감염시킨 '코로나19'가 대표적인데 코로나바이러스도 야생동물에게서 나타나 인간에게 전파되었다. 코로나19가 인수공통감염병인 탓에, 인간이 반려동물이나 동물원의 야생동물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하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인수공통감염병은 약 250종인데 이는 인간이 걸리는 감염병 중에서 약 70%를 차지하는 양이다. 최근 도시 및 가축 산업의 확장과 산림 파괴 등으로 인간과 동물 사이의 접촉이 늘어나고, 무역과 여행 등 세계적인 교류가 증가하면서 인수공통감염병의 발생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으로 2년 넘게 시행한 엄격한 방역조치를 단계적으로 원상회복하는 조치를 결정했다. 교육부에서는 '포스트 오미크론 학교 일상회복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5월 1일부터 전국 모든 학교 학생들이 전면 등교하며, 학교의 코로나 자체조사 체계는 종료된다. 4월까지는 준비단계, 5월 22일까지는 이행단계, 이후 1학기까지는 안착단계로 나눠 교육을 정상화하는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감염병 등급 조정에 따른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전국 모든 학교의 일상회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완전 코로나 방역 해제는 시기상조일 수 있으나 진정한 일상회복을 위해 국민과 정부가 혼연일치가 되어 마지막까지 긴장과 사회적 배려가 절실하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병원 산부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