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청 '종량제 봉투 부서 실명제' 첫 시도…분리 배출 효과 있나?

입력 2022-04-21 16:28:36 수정 2022-04-21 19:04:41

남구청 직원들 부서명 적힌 스티커 종량제 봉투에 붙여 쓰레기 배출
시행 첫 달, 분리배출 익숙하지 않은 직원 수두룩…종량제 안에 재활용품 뒤섞여
종량제 봉투 실명제 대구 관공서 전반에 확대해야, "분리 배출 습관 잡을 수 있어"

지난달 31일에 진행된 종량제 봉투 배출부서 실명제 점검 현장. 남구청 제공
지난달 31일에 진행된 종량제 봉투 배출부서 실명제 점검 현장. 남구청 제공

올바른 재활용품 분리 배출 문화 정착을 목표로, 대구 남구청이 '종량제 봉투 실명제'를 대구에서 처음 시도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부서별 실명제 방식으로, 부서명이 적힌 스티커를 종량제 봉투에 붙여 쓰레기를 배출한다. 그동안 남구청 청사에서 나오는 종량제 봉투 내에 재활용품과 음식물쓰레기 등 혼입이 잦으면서 이를 관리하기 위해 도입했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실명제는 오는 12월까지 이어진다. 매달 1회 점검을 통해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았거나 재활용품‧음식물 등의 분리 배출이 잘 되지 않았을 때 행정 게시판을 통해 경고 조치한다.

그동안 '종량제 봉투 실명제'는 생활쓰레기 감소 및 분리 배출 활성화의 대안으로 꼽혀 왔지만 개인정보 노출 등 주민 반발이 심해 쉽게 도입하지 못했다. 이번 남구청 시도가 대구에서 처음 진행하는 실명제 사례다.

다만 시행 첫 달, 아직까지 일부 직원은 실명제 배출에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첫 점검에서 여전히 플라스틱 컵이나 유리병이 종량제 봉투 속에서 나오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쓰레기 처리 관리부서의 경고가 이어졌다.

남구청 관계자는 "각 부서에서 나온 종량제 배출을 다시 열어 점검을 한다. 첫 점검에서 종량제 봉투 안에서 플라스틱으로 된 얼음컵이나 자양강장제 유리병이 나와 해당 부서에 잘 배출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직원들 모두 분리배출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노력한다"고 했다.

종량제 봉투 실명제 배출이 대구시내 관공서 전반에 대한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 구‧군청의 경우 쓰레기 배출 관리 팀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검은 봉투에 쓰레기를 버린 뒤 위탁한 민간업체에 재분리를 맡기는 등 분리 배출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구의 한 구청 쓰레기를 처리하는 관계자는 "음식물 등 종량제 봉투에 버려선 안 되는 쓰레기가 많아 재분류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책임을 갖고 쓰레기를 버렸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민조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우선 공공 영역에서 실명제 배출로 쓰레기를 올바르게 버리는 행동이 정착된다면 가정에서도 쓰레기를 잘 배출하고 지인에게 바른 방법을 알릴 수 있는 선순환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며 "다만 실명제가 직원들의 통제하는 수단이 돼선 안된다. 개인정보가 담긴 쓰레기는 사전에 파쇄를 잘 해 버려야 한다는 등의 인식 교육이나 지침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