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시안미술관, 상반기 특별기획전 ‘그:곳, 때, 일’

입력 2022-05-10 10:21:45

6월 19일(일)까지

이지유, Silence, Water Color on Paper, 290×192cm, 2016.
이지유, Silence, Water Color on Paper, 290×192cm, 2016.
이종길, 송도, oil on canvas, 181.8×227.3cm, 2020.
이종길, 송도, oil on canvas, 181.8×227.3cm, 2020.

영천 시안미술관이 2022년 상반기 특별기획전 '그: 곳, 때, 일'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2022 ARKO 시각예술 창작산실 공간지원공모사업'에 선정된 것으로 강홍구, 이종길, 이지유, 장용근, 하춘근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의 초점은 '예술에서 아카이브가 가지는 의미'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경험과 정보를 촬영·수집해 SNS에 공유하는 것이 익숙해진 지금, 아카이브는 우리의 삶 속에 크고 작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작가들은 전시를 통해 아카이브를 어떻게 활용해 작업에 녹여내고 있는지, 작업에 접근하는 과정과 태도에 아카이브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얘기한다.

전시는 그 곳, 그 때, 그 일 등 세갈래로 구성된다. 익숙한 장소의 이면, 잊혀져가는 역사, 과거가 된 사건을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새롭게 풀어낸다.

강홍구, The House-불광 3구역, Pigment Print, Ink, Acrylic, 200×600cm, 2010.
강홍구, The House-불광 3구역, Pigment Print, Ink, Acrylic, 200×600cm, 2010.

강홍구 작가는 도시에 겨우 남겨지거나 사람의 손길이 흐려져가는 장소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그 위에 회화 작업을 얹는다. 곧 철거될 집들을 찍은 흑백 사진 위에 색색의 물감을 올린 작품은 생명력을 불어넣는 듯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이질적인 매체들이 겹친 데 따른 부자연스러움도 있다. 그는 옛 터가 사라지고 새로운 것이 지속적으로 생겨나는 곳을 담은 이미지의 진실성과 가치에 대한 의문을 표현한다.

이종길 작가의 작품은 안개가 낀 듯 희뿌옇다. 포항 출신의 그는 오랜 기간 익숙하게 지내고 경험해 온 포항의 거리, 바다 등을 캔버스에 담는다. 동시대를 부유하는 현대인들의 공허함을 회색빛 도시의 모습으로 그려냈다.

제주 출신의 이지유 작가는 제주라는 지역이 가진 정체성에 질문을 던진다. 작품들 중 '흩어진 몸'은 피치못할 사정으로 일본으로 떠나야 했던 제주도민들의 얘기를 담은 회화, 영상 작품이다. 현재 제주가 가진 휴양적인 이미지의 이면에 가려진 역사에 주목해 작품을 풀어낸다.

장용근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의 모습들을 '채집'한다. 소비문화의 중심인 백화점의 면면과 로드킬 등 우리가 지나치는 현장의 모습, 역사(驛舍) 인근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공간의 민낯 등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환원시킨다.

장용근, 도시채집, Video, 2분43초, 2016.
장용근, 도시채집, Video, 2분43초, 2016.

하춘근 작가는 국내외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난 현장을 직접 방문해 찍은 여러 사진을 중첩한다. '그라운드 제로'(GZ) 작품은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일본 나가사키의 현장과 미국 9·11 테러지점의 현장을 나란히 보여준다. 원자폭탄 투하 지점을 이르는 GZ가 한편에서는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이름으로 사용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담아냈다.

이와 함께 시안미술관은 전시 기간 전시연계 워크숍 '여기, 지금, 우리'를 진행한다. 전시실을 투어하며 작품을 활용해 ▷전시 감상법 ▷아티스트 스터디 ▷작품표현 연구 ▷뮤지엄 애티튜드 교육 등을 진행하는 전문 전시감상 프로그램이다. 매주 토, 일요일 90분간 진행하며 시안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변숙희 시안미술관 관장은 "코로나19로 긴 시간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현대인들이 작품을 감상하며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 일상으로 회복하길 기대한다"며 "전시와 함께 하는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미술을 바라보고 향유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전시는 6월 19일(일)까지. 054)338-9391.

하춘근, GZ_NAGASAKI, Archival Inkjet Print, 150×150cm, 2017.
하춘근, GZ_NAGASAKI, Archival Inkjet Print, 150×150cm,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