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박서보미술관 건립 암초…행안부 1차 투자 심사서 "재검토"

입력 2022-04-11 13:56:07 수정 2022-04-11 20:38:15

지난해 문체부 설립 타당서 사전평가는 통과…행안부 투심은 재검토
예천군, 심사 결과 따라 사업 재정비해 재심사 받을 것

예천읍 남산공원 내 박서보미술관 건립 예정지(동그라미). 예천군 제공
예천읍 남산공원 내 박서보미술관 건립 예정지(동그라미). 예천군 제공

경북 예천군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박서보미술관 건립이 암초를 만났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설립타당성 사전평가를 통과(매일신문 2021년 11월 9일)했지만, 행정안전부의 투자심사에서 재검토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예천군에 따르면 박서보미술관은 예천읍 남산공원 내 부지면적 7만1천700㎡에 연멱적 4천832㎡ 지상 3층 지하1층 규모로 총 사업비 295억원을 들여 건립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 2월 말 박서보미술관 건립을 위해 진행한 행안부 1차 투자심사에서 재검토 결정이 내려지면서 군이 사업을 재정비키로 했다.

심사 결과 ▷자체 타당성 조사 수요 및 편익 과다추정 등 경제성 분석 오류 ▷객관적인 수요조사를 토대로 적정 규모 산정 등 사업규모 재검토 필요 ▷재정여건을 감안한 운영 인력 축소 등 유지관리비용 최소화 방안 마련 ▷도비 재원 협의 후 가용재원 범위 내 사업계획 조정 등이 지적됐다.

대규모 미술관을 군립으로 운영할 경우 수억원의 연 사업비를 충당하기 어렵고, 자체 판단한 수요에 비해 실제 수요도 낮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앞서 문체부는 박서보 화백이라는 거장의 이름과 그의 작품을 건 미술관이라는 문화적 가치, 지역 출신 작가라는 스토리텔링 확장성 및 경쟁력 등을 이유로 건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통과시켰다.

그러나 행안부 투자심사 결과와 같이 박서보미술관이 건립될 경우 건립비용은 물론 운영 유비지용 등에 매년 수억원의 예산이 낭비(매일신문 2021년 6월 15일)될 것이라는 지적은 여전하다.

경주에 지어진 솔거미술관은 연면적 1천556㎡ 규모로 박서보미술관의 약 3분의1 규모인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업비 9억원(시비 4억5천만원·도비 4억5천만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솔거미술관의 3배 규모에 달하는 박서보미술관이 건립될 경우 매년 27억원 정도 사업비가 투입될 것이라는 단순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박서보미술관 건립을 반대한 예천군의회와 주민들의 우려도 마찬가지다.

A군의원은 "개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수백억원의 군비를 사용해 건립하는 데 찬성할 수 없고, 전국의 미술관 대부분이 적자를 내고 있는데 연간 수십억원을 들여 미술관을 운영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투자심사 결과에 따라 예천군은 박서보미술관 건립 사업을 재정비해 재심사에 나설 계획이다.

예천군 관계자는 "군민들의 문화 향유를 위해서 미술관 건립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문체부 설립타당성 사전평가가 어려운 관문이었는데 이를 통과했고, 행안부 심사결과에 따라 사업을 재정비해 다시 재심사를 거치면 투자심사도 충분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2020년 예천군회의는 본예산에 상정된 박서보미술관 건립 추진 관련 예산을 예상 낭비 등의 이유로 전액 삭감했지만, 집행부인 예천군은 다른 용도의 예산을 끌어와 건립 추진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난 등 미술관 건립을 반대하는 예천군의회와 대립각을 세워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