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탈춤, 하회별신굿탈놀이] (3)하회탈춤, 가장 완벽한 민족문화 정수

입력 2022-04-25 06:30:00 수정 2022-04-25 10:06:50

"하회별신굿 보면 극락 간다" 양반·상민 함께 15일간 축제

800년 동안 해학과 익살로 세태를 풍자해 온 하회별신굿탈놀이. 이제는 안동, 대한민국을 넘어 지구촌을 신명나게 하고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오래전부터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세계화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도 올해로 25년째 이어오며 세계인의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탈문화예술연맹은 '한국의 탈춤'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오래전부터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세계화의 길을 걸으면서 지구촌 신명을 이끌고 있다. 사진은 하회별신굿탈놀이 파계승 마당. 안동시 제공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오래전부터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세계화의 길을 걸으면서 지구촌 신명을 이끌고 있다. 사진은 하회별신굿탈놀이 파계승 마당. 안동시 제공

◆마을 대동축제로서의 하회별신굿탈놀이

'하회별신굿탈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는 안동 풍천면 하회마을에서 12세기 중엽 무렵부터 상민(常民)들이 행해왔던 탈놀이다. 마을공동체의 안녕과 대동, 풍년농사를 기원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열었던 특별한 마을 굿이었다.

농경사회의 풍농은 마을공동체를 지탱하는 절대적 상징이었다. 풍농은 자연과 하늘의 이치에 따라 결정되는, 신의 뜻에 달렸다고 생각했다. 주민들은 마을의 안녕과 풍년은 마을을 지키는 동신(洞神)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신에 대한 신앙적 의미와 함께 신분질서와 농사일에 눌렸던 마음의 응어리를 신명과 풀이를 통해 해소해 나가는 축제적 성격도 담아내고 있다. 전통사회 속에서 하회별신굿은 지역공동체를 하나로 아우르기도 했다.

별신굿은 5년, 10년 등 정기적 주기로 열렸다. 해마다 올리는 동제가 마을을 지켜주는 신에게 보름날 제사를 드렸다면 별신굿은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15일 동안 열렸다.

하회마을에는 별신굿을 하면서 마을 사람들이 탈을 쓰고 춤을 추었다. 풍농과 마을 주민들의 안녕을 위해 제물을 마련해 서낭신이나 당제사를 올리는 굿의 목적을 넘어, 탈을 쓰고 춤판을 벌이는 좀 더 적극적인 의미와 행위로 굿의 목적이 이뤄지기를 염원했다.

이처럼 마을굿을 통해 별신굿이 추구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주술적인 행위로 탈을 만들고 탈춤을 추게 됐다.

서낭당에서 신내림을 받는 강신이나 신을 마을로 맞이하는 무동, 상상의 동물인 주지 한 쌍을 등장시켜 탈판(마을)을 정화하는 것, 암·수의 싸움에서 암컷이 이기고 모의 성행위를 하는 것은 곧 생산을 북돋워 풍농을 기원하는 주술적인 행위다.

이상일(하회별신굿탈놀이 이수자) 안동시 문화유산과장은 "별신굿을 통해 신을 즐겁게 해드림으로써 신의 노여움을 사지 않게 되고 신의 힘을 빌려 마을의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받으려고 했던 것"이라고 했다.

◆왜,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주목하는가?

예로부터 하회마을과 안동 지역에서는 "하회별신굿을 보지 못하면 죽어서도 극락에 갈 수 없다"는 말이 전해온다. 실제로 별신굿이 열리면 인근 마을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구경했다고 한다.

그만큼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보지 않고는 저승에도 갈 수 없을 만큼 이 고장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구경거리이자 신에게 자기의 소원을 기원하는 기복(祈福)의 대상이었다. 나아가서는 민중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약손과 같은 것이었다.

비록 제한적인 시·공간이었지만 하회별신굿탈놀이는 평등한 세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민중들의 부르짖음이었다. 별신굿이 열리는 기간에는 양반과 상민, 남성과 여성, 젊은이와 늙은이, 부자와 빈자로 나누어진 사회 틀 속 억눌림과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별신굿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 예전의 신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지만 그 기간만이라도 없는 자, 눌린 자들이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자기들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폭발력이 있었다.

밤새도록 술 마시고 노래하며 춤출 수 있는 세상, 상전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소리칠 수 있는 세상을 누릴 수 있었다.

비록 15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그들에게는 자유를 누리며 평등한 세상에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열린 세계였다.

하회별신굿은 탈놀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과 지배층의 권위를 탈 잡아 비판하고 민중들의 억눌려 있던 숨구멍을 틔워주는 통풍구의 기능을 갖고 있다.

신분사회를 뛰어넘어 화합과 협력을 통한 상생(相生)의 정신을 추구했다. 이처럼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는 정신은 지역공동체를 건강하게 지켜내는 원동력이었다.

전통사회에 있어서 하회별신굿탈놀이는 별신굿이라는 공동체 신앙 속에서 다양한 놀이와 예술적 행위를 담아낸 종합예술이었다.

양반과 상민 간의 갈등을 별신굿을 통해 완화하고 풀어내는 마을 구성원들의 대동축제였다. 이처럼 별신굿은 동제·당제와 달리 마을 주민들에게 역동적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전하고, 마을공동체의 단결을 꾀했던 '특별한 굿'이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오래전부터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세계화의 길을 걸으면서 지구촌 신명을 이끌고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원들. 안동시 제공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오래전부터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세계화의 길을 걸으면서 지구촌 신명을 이끌고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원들. 안동시 제공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지구촌 인위적 장벽 없애

'탈'(가면·Mask)과 '탈춤'은 인류의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문화다. 세계 어디를 가든 탈을 만날 수 있고, 사람들은 탈을 통해 자신의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또 놀이·주술·의례·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탈은 사용돼 왔으며, 인간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던 것이 바로 '탈'과 '탈춤'이다.

안동에는 탈과 탈춤을 테마로 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마련해오고 있다. 1997년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년 동안 축제가 취소됐다.

열흘 동안 100만여 명이 찾는 우리나라 대표 축제다. 세계인들이 함께 즐기는 글로벌축제다. 신명과 역동, 세계인을 하나로 만드는 축제로 자리잡고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축제의 연행 구도, 탈과 탈춤, 대동성, 안동문화의 역사성 등을 접목해 축제의 모티브가 됐다. 하회탈(국보 제121호)의 조형성과 예술성은 각 인물의 삶과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인의 얼굴로도 대표된다.

이같은 안동의 다양한 문화자원과 문화 가치 지향점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열린다. 축제를 통해 문화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했으며, 문화수용과 개발에 안동만의 가치관으로 재편성해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김주호 한국정신문화재단 축제·콘텐츠팀장은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이제 세계 탈춤꾼들은 물론, 이를 보려는 세계인들을 초청해 상호 간 신뢰 회복과 동질성을 확인시켜 주는 문화의 장, 평화의 장을 연출하고 있다"며 "모든 인위적 장벽은 국제교류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탈춤축제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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