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진료체계 붕괴 위기] 사라져가는 소아청소년과 의사

입력 2022-03-20 15:45:55 수정 2022-03-20 20:21:06

수련병원 6곳 중 1곳만 정원 채워…저출산에 코로나19 여파로 전공의 지원율 급락
지난해 지원율 13.3% 그쳐, 지역 내 전문의 규모도 감소
야간 소아 응급 환자 진료 공백 우려, 업무 부담 가중도 심해

대구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한 어린이가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한 어린이가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있다. 매일신문 DB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하는 전공의들이 해마다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실 소아 전담의 부족 등으로 현장 의료 공백이 우려되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소아청소년과의 진료 인프라 붕괴 사태를 마주하기 전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마감된 2022년도 대구지역 수련병원 6곳(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 결과 대구파티마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5곳에서 전공의 정원을 1명도 채우지 못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코로나19 국내 유행 이전인 2019년 80% 수준에서 2020년 74%, 지난해 38%로 급감했고 올해 지원율은 27.5%까지 떨어졌다.

전국 추세에 비해 대구의 경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더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최근 4년간 대구 내 수련병원 6곳의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2019년 86.6%, 2020년 80%였다가 2021년 12.5%, 올해 13.3%로 감소했다.

신규 전공의 유입이 줄면서 대구의 수련병원 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규모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지역 수련병원들에 따르면 전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는 ▷2019년 55명 ▷2020년 50명 ▷2021년 38명 ▷올해 26명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또 통계청의 '전문과목별 전문의 인력 증감률'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9~2021년) 대구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1.5% 증가에 그쳐 전체 평균(5.1%)보다 한참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서는 소아청소년과의 낮은 전공의 지원율로 야간 소아 응급 환자 등에 대한 진료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대학병원 등에 따르면 현재 소아 환자 응급 당직에 투입되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은 신입 전공의들이 부족한 탓에 업무 부담이 심각한 상황이다.

일례로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소아 확진자의 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이달 초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입원 치료가 가능한 '소아특화 거점 전담병원'을 지정했다. 대구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소아특화 거점 전담병원이 1곳도 없었다가 최근에야 3곳이 지정됐다.

대구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거점전담병원'이라는 공식 타이틀이 붙게 되면, 소아 환자들이 대거 몰렸을 때 이를 다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 지정을 기피해왔다"며 "현재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왔지만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많이 심해져 중한 소아 환자들이 늘어나면 정말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