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석 딜레마 민주…향후 정국 운영 고민 깊어지네

입력 2022-03-10 17:59:46 수정 2022-03-10 20:57:05

지도부 총사퇴 속 윤석열 당선인 행보 주시하며 방향 설정할 듯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거대 여당에서 하루아침에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72석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대선에서 패배한 데다 국회의원 재보선마저 국민의힘에 사실상 5석을 넘겨주면서 위상, 역할을 놓고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마저 10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결의했다. 송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투표로 보여준 국민 선택을 존중하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으로선 당장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 설정이 문제다. 마음먹기에 따라 개헌이나 대통령 탄핵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압박할 수 있지만, 대선에서 드러난 여론이 부담이다. 국무총리 인준 안에 제동을 거는 등 정부조직개편을 비토할 수 있음에도 부메랑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당내 윤 당선인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아 일각의 강경론이 엿보이지만, 당분간 대응 수위를 놓고 혼란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새 대통령이 탄생한 만큼 윤 당선인의 '통합', '협치' 행보에 주목하며 대응책을 모색할 것이라는 얘기다.

첫 전선은 국무총리 인선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윤 당선인이 협치를 강조한 가운데 이에 부합하지 않는 인선을 강행할 경우 충돌은 불가피하다. 역대 대선 최소 격차 승리로 인해 앙금이 있는 상황에서 윤 당선인이 정권인수위원회 활동이나 언행에서 빌미를 잡히면 당내 강경 투쟁론이 급속히 힘을 얻을 수 있다.

6월 지방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온 것도 변수다. 대선 패배로 지리멸렬해진 가운데 광역자치단체장 출마, 자기 세력 키우기 같은 각자도생이 협치론·강경론과 화학 작용을 일으킬 경우 당내 분란이 심각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새 지도부의 스탠스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과정에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은 105석에 불과하고 민주당은 172석이다. 대통령 임기 초 2년 1개월 국정을 105석으로 어떻게 이끌 수 있겠느냐.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윤 당선인은 "민주당 사람들은 국민들 지지로 제가 대통령이 되면 180석을 가지고 제대로 정부를 운영할 수 없게 방해하거나 심지어 우리 당 이탈자를 모아 저를 탄핵을 칠(할) 수도 있다고 떠들고 다닌다"고 비판한 바 있다.

지도부는 윤 당선인이 통합과 협치를 강조한 만큼 유세 때 감정을 뒤로 하고 현실적인 노선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새 대통령이 무언가 일을 하려는 데 거대 야당의 무책임한 발목 잡기 프레임으로 갇힐 경우 민주당에 유리할 게 없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대선이 끝난 지 하루지만, 앞으로 노선을 놓고 벌써부터 걱정이 크다"며 "윤 당선인의 언행을 지켜본 뒤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털어놨다.

한편 민주당은 10일 이재명 대선 후보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한다고 밝혔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이 후보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