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었다면…' 초상집 민주당, 차기 당권 두고 분열할까

입력 2022-03-10 04:15:26 수정 2022-03-10 04:20:3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되면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차기 당권을 둘러싼 혼란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전망이다. 대선 패배 원인을 두고 당내 친이재명계(친명)와 친이낙연(친낙)계가 서로 책임론을 제기하는 정면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 당장은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위해 단일대오를 갖출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정치권은 민주당 지도부의 거취에 주목하고 있다. 지도부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결정하면 당권을 둘러싼 노선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패배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공방의 양상도 달라질 예정이다.

대선 기간 내내 과반을 기록한 정권 교체 여론의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민주당의 독선이 지목된다면 당내 친문재인(친문)계와 넓은 공통분모를 지닌 친낙계가 불리해진다.

다만,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이 후보의 자질론이 불거진다면 친명계에 화살이 쏟아질 수 있다.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중도사퇴 후보 득표를 무효표로 처리하며 불거진 '사사오입' 논란의 불씨도 여전하다.

당 안팎에선 오는 4월 윤호중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므로 당권 경쟁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도부 총사퇴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더라도, 4∼5월 중 원내대표 선거가 치러지면 새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이끌어가게 되므로 원내대표직을 차지하기 위한 계파 간 신경전이 극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10일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다. 여러분의 패배도 민주당의 패배도 아니다.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며 패배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다가오는 지방선거가 역대 대선 직후와 다른 기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임기가 내년 5월까지인 송영길 당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대선 패배를 만회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양당이 대선에서 초박빙 승부를 펼친 만큼, 지선까지 남은 기간 국민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판을 뒤집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

민주당이 여전히 180석에 가까운 '공룡 정당'인 점 또한 당내 분열을 막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윤석열 정권'에 대항할 힘을 가져서다. 민심을 면밀히 살피고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들을 밀어붙이며 여론 반전을 꾀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당선 유력이 발표된 10일 새벽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이 의원들과 취재진들이 떠나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당선 유력이 발표된 10일 새벽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이 의원들과 취재진들이 떠나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앞선 유세에서 "여러분이 이번에 제대로 심판해 주시면 민주당도 살릴 수 있다"며 민주당 일각에 보낸 '러브콜'이 민주당을 안에서 뒤흔드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후보는 앞선 유세에서 "우리 민주당에도 양식이 있고, 양심적인 정치인들이 꽤 있다"며 "지난 5년간 민주당 정권을 망친 사람들, 국정을 농단하고 날치기와 상임위원장 독식을 하며 다수당 횡포를 주도한 사람들은 지금 전부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메시지를 받아들인 일부 민주당 인사들이 '탈출'을 감행할 경우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지방선거 공천 문제도 갈등의 불씨 중 하나로 지목된다. 민주당은 대선 기간 중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 '대선 기여도'를 반영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어서다. 공천 결과에 불만을 가진 인사들이 국민의힘으로 넘어갈 경우 단일대오의 둑이 무너지면서 민주당에 쏠린 의회 권력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