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수' 끝에 늦깎이 검사, 대구지검에서 첫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강골 검사 이미지 각인
'조국 사태' 변곡점으로 작용
제1야당 접수… 막판 야권 단일화까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실시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정치입문 8개월여 만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자리에 오른 데 이어 대통령 당선까지 되면서 '0선 정치신인'으로서 한국 정치사에 또 하나의 이변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9수' 끝에 늦깎이 검사, 대구지검에서 첫발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대학교수인 학자 집안의 1남 1녀 중 첫째로 태어났다.
윤 당선인은 유년 시절 경제학자의 꿈을 꾸기도 했으나 '더 실용적인 학문을 공부하라'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5·18 민주화운동 직전 서울대 학생회관에서 열린 교내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뒤 외가가 있던 강원도 강릉으로 석 달간 피신한 일은 유명한 일화다.
대학을 졸업하고 '9수'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윤 당선인은 3년 뒤 대구지검에서 검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초임 검사 때부터 보수의 심장인 대구와 연을 맺은 것이다.
늦깎이 검사 생활을 시작한 윤 당선인의 '스타 검사' 성장기는 반전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윤 당선인은 노무현 정부 들어 굵직한 특수 사건에 투입되며 '칼잡이'로서 명성을 쌓았다.
2002년에는 잠시 검사 옷을 벗고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사 체질을 버리지 못한 윤 당선인은 1년 만에 "검찰청 짜장면 냄새가 그립다"며 친정으로 복귀한 뒤부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과 불법 대선자금 사건을 시작으로 현대차그룹 비리 사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BBK 특검, 부산저축은행 사건,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을 맡았다.
특유의 수사 스타일로 이명재·정상명 전 검찰총장 등 까마득한 선배들의 총애를 받아 대형 사건 수사마다 차출됐고,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강골 검사 이미지 각인
2013년에는 윤 당선인의 운명을 뒤바꿔놓은 사건이 벌어졌다.
윤 당선인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권과 검찰 윗선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면서다.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국감장의 작심 발언은 오늘의 윤 당선인을 만든 말이기도 하다.
정권에 밉보여 대구고검 평검사로 좌천되는 등 4년여간 유배지를 떠돌았으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는 '강골 검사'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켰다.
특수통 검사로서는 숨통이 끊긴 듯했던 윤 당선인은 2016년 탄핵 정국을 맞아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소위 '촛불 혁명'의 공신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됐고, '적폐 청산' 수사와 공소 유지를 진두지휘하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을 끌어냈다.
'조국 사태'는 오늘날 윤 당선인을 있게 한 변곡점이었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밀어붙이다 청와대와 여권과의 정면충돌이 겹치며 현 정권과의 불화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았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며 임기를 넉 달여 남기고 전격 사퇴, 광야로 나섰다.

◆제1야당 접수… 막판 야권 단일화까지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섰던 윤 당선인은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통틀어 지지율 1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야권은 '거물급 신인' 윤 당선인의 등장에 열광했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네 차례 연달아 패배하며 집권 플랜조차 마땅치 않았던 보수 진영은 윤 당선인을 향해 뜨거운 러브콜을 보냈다.
3개월여 두문불출하다 결심을 굳힌 윤 당선인은 '6·29 선언'을 통해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했다.
지난해 7월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뒤 당내 경선 과정에서 경쟁 주자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받으면서도 탄탄한 지지율을 유지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정권 핵심과 맞서 싸워 지지 않았다'는 이미지 덕분에 당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제1야당 대선 후보에 오른 윤 당선인은 대선 본선 진출과 동시에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을 꺼내들었다.
당선으로 가는 길목에선 적잖은 고비도 찾아왔다.
윤 당선인의 배우자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에 대한 허위 이력 의혹이 제기됐고,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인의 대선 출마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나타나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중대한 시험대에도 올라 당내 갈등을 조정해냈다.
지난 1월 소속 의원들이 이준석 대표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을 논의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으나, 윤 당선인이 '원팀' 봉합을 이뤄내면서 정치적 역량을 증명했다.
당 장악력을 높인 윤 당선인은 외연 확장과 국민통합 메시지를 더 강화했다.
보수진영 대권 주자로는 이례적으로 호남과 2030 세대를 파고들어 기반을 넓혔고, 안정적인 정권 교체를 위해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 민심에도 막판 화력을 쏟았다.
아울러 3·9 대선의 마지막 변수로 꼽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를 선언하며 보수 진영을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으며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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