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프리랜서 편집자
글쓰기 수업에 오신 한 어르신을 보며 내 삶에 윤기를 더하는 것은 무엇일까, 행복이란 무엇일까를 새삼 생각했다. 어르신은 친구가 멋지게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자신도 한번 배워봐야지 싶으셨단다. 그래서 스포츠댄스 학원 앞까지 갔지만 왠지 용기가 나지 않아 스포츠댄스에 관한 책을 사셨고 그래도 안 돼서 결국 학원에 다시 가셨다.
어려웠지만 포기하지 않고 산에 가 혼자 연습도 하며 열심히, 열심히 노력했고 그 결과 결국은 신나고 활기찬 음악에 맞춰 행복하게 춤추게 됐다는 이야기에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했지만 속으로는 몇 번이나 환호했다. 그렇게 어르신께 행복을 줬는데 요즘은 무릎이 아파서 춤을 추지 못해 안타깝다는 결말에 이르러서는 내 마음까지 다 안타까워져 탄식이 절로 나왔다.
어르신의 "행복하게 춤추게 되었다"라는 표현처럼 내 생활에도 "행복하게 ○○하게 되었다"라고 할 만한 유쾌한 사건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생업이나 자기계발을 위한 일 말고, 온전히 내 기쁨과 재미를 위한 일로 무엇이 있을까, 궁리해 보았는데 이것저것 떠올려도 막상 '이거다!' 싶은 것이 없었다.
그러던 중 타이밍이 절묘하게도 한 지인이 그림 그리기 모임을 시작하자고 권해왔다. 매주 한 번, 정해진 시간까지 그림 한 장을 그려 지정한 온라인 공간에 올리는 모임으로, 마감 시간을 어길 시 벌칙도 정했다. 정해진 시간과 벌칙이 있으니 약간의 긴장감도 주고, 평소에도 그리기에 관심이 있었으니 기쁨과 재미를 위한 일로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지금 내 책상에는 고체물감과 색연필, 미니 드로잉 수첩 그리고 기초 드로잉 교재가 있다. 마치 글쓰기 수업의 어르신처럼 혼자 산에서 연습하는 기분으로 혼자 서툰 선들을 그어 볼 작정이다. 사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조금 설레고 웃음이 난다.
먹고 사는 일을 위해서든, 삶의 즐거움을 위해서든, 무언가를 배울 때 얻는 즐거움이 있는 것 같다. 특별하고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오로지 나를 위해, 나만의 즐거움을 위해 무언가를 익히는 느낌은 의외의 활기를 준다. 아픈 무릎 때문에 중단된 어르신의 스포츠댄스 도전기가 안타까움으로만 남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책을 찾아보고 학원에 다니고 혼자 산에 올라 이렇게 저렇게 연습해봤던 시간들, 마침내 음악에 맞춰 행복하게 춤추게 되었던 시간들이 어르신 삶에 윤기를 더해 고스란히 어르신의 것으로 남았을 것 같다. 나이와 상관없이 어느 때고 찾아 즐길 수 있는 이런 배움의 시간은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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