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민들 "그간 희생 감수하며 대기업 포항본사 자부심 가졌는데…배신감"
헤드쿼터 서울 이전하면 동해안 경제 10년 내 위기 닥칠수도
모든 대기업 서울행 선택 안해…㈜하림지주 '전북 익산과 상생관계 지속'

21일 포항시청 앞에서 시민들이 포스코 지주사 포항 설치를 위한 서명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30만 명 서명을 목표로 추진 중인 서명운동은 지난 19일 36만 명을 돌파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포스코 직원들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지주사 포항유치 찬성' 현수막이 '포스코대나무숲'이란 출처를 달고 포스코 포항본사 주 진입도로 주변으로 내걸려져 있다. 신동우기자
'포스코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본사가 포항에 있으면 안 되는 건가요?'
포스코는 1968년부터 포항을 기반으로 성장하며 세계적 철강기업 반열에 오르는 동안 포항본사 체제를 바꾸지 않았다. 대신 1995년부터는 서울사무소를 설치하고 필요 인력을 배치해 정부와 국제 업무 등에 지금껏 잘 대응해 왔다.
포항과 함께 성장해온 포스코였기에 지역민들은 포스코와 포항을 묶어 하나의 브랜드로 봤고, 자부심도 높았다.
더구나 포스코는 천혜 명소였던 송도해수욕장 백사장 소멸 등 환경 파괴와 각종 오염은 물론, 지역민의 건강까지 해쳐왔지만 국가기반 산업인 데다, 본사가 포항에 있다는 점 등 때문에 지역민들은 많은 고통을 참아왔다.
그랬던 포스코가 그룹사를 지휘할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그 본사를 서울에 설립하려고 하면서 현재 지역민이 느끼는 배신감은 엄청나다.
포항시민 김호진(68) 씨는 "포스코 포항본사와 서울사무소 체제처럼 포스코홀딩스도 이런 구조로 운영하면 될 텐데, 굳이 서울본사를 고집하는지 모르겠다"며 "포스코 본사가 포항에 있는 동안 세계적 철강기업으로 성장했지 않나. 성장을 위해 지주회사 본사를 서울에 둬야 한다는 주장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포스코가 지주회사를 서울에 설립한다면 포항을 비롯한 동해안 경제가 10년 내에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구자문 환동해경제문화연구소장(한동대 교수)은 "헤드쿼터인 포스코홀딩스 본사가 서울로 간다면 포스코의 무게중심이 그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미래기술연구원까지 운영되면 포항에 인재들이 남아 있으려고 하겠나"라며 "동해안 발전의 주력부대인 포스코가 빠져나간다면 이곳 경제가 10년 내에 죽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우려에 대해 포스코는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본사 서울행도 이를 위한 선택"이라고 자신들의 계획을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대기업이 포스코와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림그룹은 1978년 전북 익산시를 기반으로 닭, 돼지 등 농장을 운영하며 성장하기 시작해 세계적 식품기업 반열에 올랐다. 현재 자산 규모 14조원, 재계 서열 28위다.
하림그룹은 2011년 지주회사 제체 전환 이후에도 익산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2019년 지주회사인 ㈜하림지주 신사옥을 지어 지역과의 상생 의지를 더욱 공고히 다졌다.
하림지주는 현재도 익산시와의 동반성장을 통해 하림그룹이 '글로벌 생산성 1위'로 도약하겠다는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서울에는 하림지주 서울사무소를 두고 운영하고 있으며 이런 운영 구조에 불편은 없다고 한다.
올해 하림지주는 익산시에 3천700여억원을 투자한 익산형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는 등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 번 돈을 환원하는 사업에도 노력 중이다.
하림지주 관계자는 "우리 핵심인 농식품 사업을 지역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본사도 지역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며 "지역에 있으면서 경제도 활성화하고 일자리도 창출도 하는 것이 '기업시민'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요새는 전부 다 인터넷으로 연결돼 시공간을 초월한 개념에서 살고 있지 않나. 굳이 서울에 본사를 두지 않고 사무소만 운영해도 불편함은 느끼지 않고 있다. 이걸 핸디캡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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