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희생자 발생 사고에 이용된 '법치의학적 신원감정'
대구지하철참사에 경북대 치대 법치의학팀 공동 참여
2월 18일, 공동체 안전 위한 특별한 날로 기억돼야
치의학의 한 분야로 법치의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법의학의 치과 영역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치아를 이용해서 연령감정과 신원감정을 하고 그와 관련된 연구를 하는 것이 주된 업무이다.
치아가 연령감정에 요긴하게 쓰이는 것은 치아발육 시기의 개인차가 적기 때문에 연령추정의 오차를 최소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20개의 젖니와 32개의 영구치가 태생 시기부터 25세 무렵까지 순차적으로 발육하기 때문에 20대 초반까지는 치아의 발육단계를 보고 연령추정을 할 수 있다. 그리고 20대 중반 이후에는 치아의 마모나 두개골 봉합선의 석회화 정도를 이용해서 연령감정을 하기도 한다.
나이를 한자 말로 '年齡(연령)'이라고 하는데, 「齡(나이 '령')」이라는 글씨 속에 「齒(이 '치')」가 들어있는 것을 보아도, 한자가 만들어진 오래 전부터 치아가 연령추정의 근거로 이용되어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신라시대 왕의 칭호로 '니사금'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칭호를 처음 사용한 3대 유리왕(유리니사금)은 치아의 개수가 많아서 4대 탈해왕보다 먼저 왕위에 올랐고, 그로부터 '니사금'이라는 말이 유래되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치아는 연령감정뿐만 아니라 신원감정에도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치아의 모양이나 배열, 그리고 교합 상태가 사람마다 다르고, 보철치료의 결과가 평생 동안 입안에 남아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이용해서 신원감정을 할 수 있다. 특히 소사체나 백골만 남은 사체, 혹은 심하게 부패되어서 지문 채취가 불가능한 변사체나 지문 기록이 없는 아동 변사체의 신원감정에서는 법치의학적 방법이 매우 중요하게 활용된다. 그뿐만 아니라 항공기 추락 사고나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해서 대량의 희생자가 발생한 경우에도 법치의학적 신원감정은 매우 유용하다.
2004년 12월 26일에 발생한 인도네시아 쓰나미에서 모두 약 28만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 사건과 관련하여 태국에서 나온 보고서에 의하면, 태국에서 사망한 신원미상의 희생자 중에 1차 증거에 의해서 신원이 확인된 사람의 85.8%가 치과적 방법에 의한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 지역에서도 법치의학적 방법으로 변사자의 신원을 확인하거나 사건의 범인을 특정한 사례는 많이 있다. 특히 지난 2003년 2월 18일에 발생한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화재사건은 그 피해가 너무 커서 아직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다. 그 사건으로 192명의 시민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으며, 148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 당시, 전동차에 남아 있는 희생자의 유해 발굴과 신원확인 작업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북대 의대 법의학교실, 그리고 경북대 치대 법치의학 팀이 공동으로 참여하였다. 약 2개월 동안 진행된 정밀한 발굴조사와 신원감정을 통해 186명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6명의 신원은 끝까지 밝히지 못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대구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날도 2020년 2월 18일이다. 두 사건의 날짜가 같은 것은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두 사건 모두 대구 시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세계적인 뉴스가 되었다. 그리고 또한 시민의 안전의식과 공동체의식이 한 단계 더 높아지고, 더 좋은 대구를 만들자는 각성의 계기가 된 것도 공통점이다. 그래서 대구 시민에게 2월 18일은,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공동체의 안전을 생각하는 특별한 날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후손을 위해 더 좋은 대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시민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최재갑 경북대학교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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