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이 14억 들여 조성한 오토캠핑장, 4년째 방치 논란

입력 2022-02-20 14:56:26 수정 2022-02-20 21:43:38

대구 동구청 "4차순환도로 노선 변경으로 개장 지연될 수밖에"

19일 오후 5시쯤 대구 도동 용암산성 오토캠핑장. 카라반 3대가 찢겨진 검은 천막에 덮여 있다. 임재환 기자
19일 오후 5시쯤 대구 도동 용암산성 오토캠핑장. 카라반 3대가 찢겨진 검은 천막에 덮여 있다. 임재환 기자

19일 오후 5시쯤 찾은 대구 동구 도동 용암산성 오토캠핑장은 입구로 들어가는 문이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안에는 카라반 3대가 찢긴 검은 천막으로 덮여 있었고, 10개가 넘는 텐트 사이트에는 낙엽이 나뒹굴었다. 공용시설인 화장실과 식기 세척장의 벽면 타일이 깨져있는가 하면, 곳곳에 모래가 쌓여있었다.

인근 주민 A(50) 씨는 "몇 년 전 만들어진 캠핑장이 현재까지도 운영되지 않고 있다"며 "멀쩡하던 시설물들도 이제는 낡아 다시 교체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예산 낭비를 지적했다.

대구 동구청이 조성한 오토캠핑장이 만들어진 지 4년이 다 되어가지만 개장도 못 한 채 방치되고 있다. 동구청은 캠핑장 인근에서 4차순환고속도로 공사가 이뤄진 탓에 문을 열 수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동구청에 따르면 용암산성 오토캠핑장은 지난 2018년 7월 준공됐다. 약 4천580㎡ 규모의 캠핑장 내에는 카라반 3대와 15개의 텐트 사이트 등 총 18면의 캠핑 공간이 마련됐다.

지난 2015년 국토교통부 개발제한구역 환경문화사업 공모에 선정된 동구청은 이듬해 사업비 14억원을 확보하고, 2017년 7월부터 실시설계를 거쳐 1년 만에 캠핑장을 만들었다.

야심차게 조성한 캠핑장이 4년 가까이 문을 열지 못한 이유는 개장을 앞두고 캠핑장 진입로 인근에서 4차순환도로 공사가 이뤄진 탓이다. 캠핑장 설계 당시엔 인근에 도로조성계획이 없었지만 한국도로공사가 중간에 계획을 변경하면서 캠핑장 진입로 위에 4차순환도로가 들어서게 됐다.

당시 동구청은 캠핑장을 조성하더라도 주변 4차순환도로 공사 때문에 진입이 불가능하고, 공사가 끝나야 진입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다. 이후 동구청은 공사가 끝날 때까지 캠핑장 문을 닫는 대신 진입로 포장 및 도로폭 확장을 한국도로공사에 요구하는 것으로 협의를 마쳤다.

동구의회는 이 같은 동구청의 행정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도로공사와 충분한 소통을 통해 탄력적으로 캠핑장을 운영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호 동구의원은 "2018년 준공 후 캠핑장은 한 번도 이용되지 못하고 먼지만 쌓이고 있다"며 "4차순환도로공사는 구간별로 진행됐기 때문에 캠핑장 앞에 공사가 없었을 때는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끔 구청 차원에서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4차 순환도로가 이번 상반기 때 개통 예정이라 캠핑장도 여름에 개장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노후화된 시설은 정비할 예정이고, 운영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5시쯤 대구 동구 도동 용암산성 오토캠핑장 공용 화장실. 내부엔 타일이 깨져있고, 낙엽이 나뒹굴고 있다. 임재환 기자
19일 오후 5시쯤 대구 동구 도동 용암산성 오토캠핑장 공용 화장실. 내부엔 타일이 깨져있고, 낙엽이 나뒹굴고 있다. 임재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