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적폐청산' 발언, 거센 후폭풍 어디로 향할까?

입력 2022-02-11 16:05:37 수정 2022-02-11 20:19:24

민주 "여권 지지층 결집" 국힘 "정권 교체론 강화"…아전인수 해석
민주, 친노·친문 유권자 결집…국힘, 文 개입 강조 반문 자극
중도층 표심에는 모두 경계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가톨릭대 강성삼관에서 염수정 추기경을 예방, 염 추기경으로부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가톨릭대 강성삼관에서 염수정 추기경을 예방, 염 추기경으로부터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현대 세계에서 성덕의 소명에 관한 교황 권고)' 책자를 선물받고 있다. (왼쪽 사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상임고문 및 고문단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대표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권하면 적폐 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취지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발언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대응에 나서며 후폭풍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이번 사태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3·9 대통령 선거 표심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주목받는 변수는 중도층 표심과 양당 지지층의 결집 여부다. 이를 두고 여야는 모두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문 대통령의 등판으로 그간 사분오열돼 있던 여권 지지층의 총결집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봤지만, 국민의힘에서는 현 정권의 개입이 도리어 정권교체론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상반된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참전을 기회삼아 지지층 결집에 나서는 분위기다. 대구 민주당 지방의원들은 11일 성명을 통해 윤 후보의 발언을 두고 "나라를 보복의 아수라장으로 만들겠다는 막말"로 규정한 뒤 "검찰 공화국을 꿈꾸는 저급한 야망을 국민과 함께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우상호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후보를 도저히 못 찍겠다고 안 돕던 분들이 있었는데, 요즘 연락이 온다. 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그런 문제를 따질 때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사적 복수심에 젖어서 이명박 정권 때 겪은 망국적 정치보복의 역사를 다시 되돌리려는 잘못된 시도를 막아내겠다"고 했다.

우 본부장은 문 대통령을, 윤 원내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각각 상기시키며 이 후보를 향해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던 친노·친문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대구 지방의원들이 1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이른바
더불어민주당 대구 지방의원들이 1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이른바 '집권하면 적폐 수사' 발언에 대해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를 '선거 개입'으로 규정하며 윤 후보에 대한 엄호에 나섰다. 문 대통령이 직접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문' 표심을 결집시키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당장 이준석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청와대가 대선 과정의 통상적 이야기에 극대노하고 발끈하는 걸 보며 정권심판 여론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청와대와 민주당이 합작해 제1야당 대선 후보를 공격하고 있으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불법 선거개입"이라고 맹폭했고,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보복이라면 그런 보복은 매일 해도 된다'는 이재명 후보의 SNS 글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여야는 모두 중도층 표심의 향방에는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막판 치고는 매우 높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전체적으로는 '정권심판론'이 유효한 상황에서 친문계의 전면 등판이 중도층 표심 확보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고려해야 한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이번 발언이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연결될 경우 중도층의 반응이 좋지 못할 공산이 큰데다, 그동안 이 후보를 비토해왔던 친문 유권자들이 본격적으로 결집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