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는 어느 병원서? 약은 어떻게 받나?

입력 2022-02-10 17:30:15 수정 2022-02-10 21:13:02

재택치료자 동네 병·의원 진료 '대혼란'…참여 의료기관 절대 부족에 약국은 난색
비대면 진료 참여 의료기관 109곳 불과…약 배송하는 약국도 없어
정부 일방적 방역 속도전에 일선 현장은 '대환장', 치료자는 '불편·혼란'

10일 오후 대구의료원 코로나19 재택치료상황실에서 의료진들이 재택치료 환자들을 관리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대구지역 재택치료자는 1만 66명을 기록하면서 첫 1만명 대를 돌파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0일 오후 대구의료원 코로나19 재택치료상황실에서 의료진들이 재택치료 환자들을 관리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대구지역 재택치료자는 1만 66명을 기록하면서 첫 1만명 대를 돌파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0일부터 코로나19 '일반관리군' 확진자를 대상으로 '셀프치료'가 시작됐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비대면 상담·진료 방침에 동네 병·의원 현장도 대혼란을 겪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10일부터 60세 이상이나 50대 기저질환자를 제외한 일반관리군은 집에서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다가 발열 등 증상이 생기면 본인이 평소 다니던 동네 병·의원 등에 전화해 비대면 진료를 봐야 한다.

그러나 지역 내 모든 병‧의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대구시의 방침과 달리 10일 오후 4시 기준 전화상담·처방에 참여하는 대구 지역 동네 병·의원은 109곳에 불과하다.

또한 참여 병·의원의 명단을 알려면 재택치료자가 직접 대구시 홈페이지로 들어가 의료기관을 확인해야하는 등 홍보도 부족한 형편이다.

이 때문에 기존 재택치료 관리 의료기관으로 치료자들의 상담 문의가 집중되는 등 의료기관 간에 온도차도 심하다.

이날 재택치료자 비대면 진료에 참여한 북구의 한 병원 관계자는 "하루 종일 재택치료자의 전화 상담이 거의 없었다"면서 "지자체 차원에서 홍보를 한다지만 아직 어느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지 시민들이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재택치료자 관리를 하고 있는 한 아동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전화 문의가 하루에도 200~300통씩 쏟아지는 통에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일부 병원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공문이 내려오지 않아서 원장님이 비대면 진료를 받지 않는다"며 "언제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일반관리군의 20%를 차지하는 소아‧청소년에 대한 대비도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화상담·처방에 참여하는 의료기관 관계자는 "어린 환자들의 경우 흉부 엑스레이 촬영, 청진, 혈액검사 등 기초검사를 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다"며 "비대면 진료는 기초검사를 놓치게 되고, 보호자가 아이의 외형만 보고 설명하는 것으로는 오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일선 약국에서 조제약을 배송하는 방안도 아직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대한약사회와 업무협약을 통해 재택치료자의 처방약 대리수령이 어려운 경우, 보건소 담당자와 협의해 약국에서 배송을 맡고, 비용은 정부가 담당하는 안을 협의 중이다.

그러나 약국들은 치료자의 주소를 전화로 일일이 확인해야하고 배송 업무까지 약국이 맡는 등 업무 과중을 우려해 꺼리는 분위기다.

대구시약사회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약국에서 보건소에 문의해 환자 주소지와 연락처를 확보한 뒤, 환자와 통화하고 처방약을 조제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다"며 "퀵서비스를 불러도 제 시간에 맞춰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늦게까지 퇴근하지 못하고 기다리는 일도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모든 동네 병‧의원에서 재택치료자 전화 상담과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의사회 측과 꾸준히 협의해나가겠다. 약국에서 퀵으로 재택치료자에게 필요한 약을 보낼 수 있는 방안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