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4대강 물로 재배한 국산 농산물서 독성물질"

입력 2022-02-08 16:06:31 수정 2022-02-08 21:51:04

낙동강, 금강 노지에서 재배한 무와 배추, 현미 구입해 분석
성인남성 섭취 시 프랑스 생식독성 기준 11배 초과

8일 대구환경운동연합을 포함해 언론·환경단체가 공동으로 환경운동연합(중앙) 회화나무홀 기자회견을 열어
8일 대구환경운동연합을 포함해 언론·환경단체가 공동으로 환경운동연합(중앙) 회화나무홀 기자회견을 열어 "낙동강, 금강 주변 노지에서 재배한 쌀과 배추, 무에서 청산가리 100배 독성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환경운동단체가 4대강에 인접한 낙동강과 금강 주변에서 재배한 작물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기준치보다 높은 독성물질에 국민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낙동강 중류(경북) 부근 밭에서 재배된 무 5kg, 낙동강 하류(경남)에서 배추 15kg, 금강 하류 부근 정미소에서 현미 10kg를 구입해 분석한 결과 청산가리 100배 독성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쌀에서는 ㎏당 1.3㎍(마이크로그램), 무에서는 1.85㎍, 배추에서는 1.1㎍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1㎍은 100만분의 1g을 의미한다.

환경운동연합이 대한민국 성인의 곡류·채소류 섭취량 자료를 활용해 체중 60kg 기준 성인의 하루 마이크로시스틴 섭취량을 추산한 결과 하루 평균 0.685㎍/㎏으로 계산됐다.

이는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이 제시한 생식 독성 관련 권고기준(0.06㎍/㎏·일)의 11.4배에 이른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8월 낙동강과 금강에서 미국 환경보호청(EPA) 물놀이 안전 기준치의 800배가 넘는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사실도 밝혔다. 지난해 10월에는 녹조 물로 상추를 재배할 경우 마이크로시스틴이 농작물에 축적된다는 사실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알렸다.

환경운동연합은 "프랑스와 미국 주 정부 등에선 안전 기준이 엄격하다"며 "마이크로시스틴은 발암성과 간 독성뿐만 아니라 남성 정자 수를 감소시키고 여성 난소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생식 독성까지 띠고 있다"고 경고했다.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 이후 매년 되풀이되는 녹조를 독성물질이 나타난 원인으로 꼽았다. 녹조는 독성 남조류로 하나의 독립된 세균인 남세균으로 구분된다. 이 남세균이 내뿜는 독소가 마이크로시스틴을 의미한다. 4대강 인근 녹조로 뒤덮인 강 주변 농작물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홍종호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4대강 사업이 강의 오염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먹거리까지 침투했다는 걸 과학적 증거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