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거대양당 러브콜에 "공개적인 접근 진정성 없다"

입력 2022-02-07 18:24:56 수정 2022-02-07 20:48:58

야권 단일화, 실무자끼리 진행 후보간 최종 결정
이달말까지 깜깜이 논의 양상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글래드 여의도 호텔에서 열린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글래드 여의도 호텔에서 열린 'G3 디지털경제 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제20대 대통령선거 판도의 분수령이 될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깜깜이 가운데 진행되는 양상이다. 관련 실무자들이 외부에 협상 일정과 과정을 알리지 채 은밀하게 만나 투표용지 인쇄 전(2월 말)까지 복수 안을 마련하면 당사자인 '후보'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단일화 협상에 나선 정당 안팎에선 단일화 필요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후보의 최종 결정에 무게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후보 단일화'는 이해관계가 첨예한 당사자들 사이에서 명분과 실리까지 모두 충족돼야 하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더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7일 국민의힘이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공개 언급하고 나선 데 대해 "어제는 아니라고 했다가 오늘은 된다고 하느냐"며 "이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안 후보는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 역시 단일화를 계속 얘기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공개적으로 그렇게 얘기할 뿐 저희와 사전에 협의를 한 일은 전혀 없다"며 "그래서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안 후보에 따르면 후보 단일화 논의는 기본적으로 내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대외적으로 비밀이 보장되는 대화의 장에서 이뤄지는 것이 상식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대통령선거에 앞서 진행될 수 있는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도 이 같은 방식이 적절하다는 의중도 담긴 발언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윤석열-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히면서 "합의 마지노선에 대해서는 투표 시작할 때라는 분도 있고, 투표용지 인쇄라는 분도 있고, 사전투표 전까지는 언제든지 열려 있다는 분도 있는데 그 중간 어디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화 합의가 너무 일찍 이뤄지면 극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사전투표 기간을 넘기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구체적으로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할 때 혼돈을 느끼지 않도록 투표용지 인쇄 전이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지난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투표용지는 투표일 9일 전 인쇄를 시작했다. 이번 대선에 대입하면 2월 28일부터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연일 안 후보를 저격하며 단일화 논의가 시작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대표의 핵심측근인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야권 후보 단일화론은 반문연대의 변형된 표현일 뿐"이라며 "(단일화론은) 예견된 일이었지만 현실화되니 참으로 암담한 일"이라고 밝혔다.

당내에선 단일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내부에서 나와야 협상에 나선 실무팀의 입지가 강해질 수 있다며 나쁘지 않은 현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당 관계자는 "단일화 협상에 나선 실무자가 '우리 당에서도 반대가 많다. 우리가 아쉬워서 나온 게 아니다'라는 자세를 가질 수 있는 당내 환경도 필요하다"며 "당내에서 찬반론이 팽팽해야 나중에 후보가 선거 흐름에 대한 정무적 판단 후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릴 때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