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엄마는 아이돌', 엄마가 된 레전드들의 아이돌 재도전
엄마와 아이돌은 그 지칭만으로도 상당한 거리가 느껴진다. 아이돌은 대체로 20대의 젊음을 떠올리지만, 엄마라는 단어는 육아 같은 현실이 먼저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이질적인 두 지칭을 하나로 묶어낸 tvN '엄마는 아이돌'은 왜 이런 도전을 시도한 걸까.
◆엄마가 된 레전드들 다시 뭉친다면
한때 대중을 들썩들썩하게 만들었던 걸그룹 아이돌 중에는 아이들의 엄마가 된 이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인물이 과거 원더걸스의 리더였던 선예다. 그는 2007년 데뷔해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고 2013년 걸그룹 멤버로서는 이례적으로 결혼해 아이를 낳았으며, 2015년에는 팀에서 탈퇴했다.
그 후로 두 명의 아이를 더 낳아 지금은 세 자녀의 엄마다. 팀에서 탈퇴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중들의 뇌리 속에는 레전드 아이돌로 활동하던 모습을 떠올리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원더걸스의 리드보컬이자 리더였던 선예는 보컬 실력은 물론이고 춤에 있어서도 또 리더로서도 완벽했던 아이돌로 꼽혔던 인물이다. 그가 다시 무대로 돌아온다면 어떨까.

tvN '엄마는 아이돌'은 이런 상상에서 첫발을 내딛었다. 그래서 과거에는 무대에서 반짝반짝 빛나던 걸그룹 아이돌이었지만, 지금은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가는 이들을 찾아 나선다. 선예(3녀)를 비롯해 쥬얼리의 리더였던 박정아(1녀), 애프터스쿨의 리더 가희(2남), 배우이자 가수로 활동했던 현쥬니(1남), 대표적인 발라드 가수 별(2남1녀), 베이비복스 리브로 활동했던 양은지(3녀)가 그들이다. 한때 레전드였던 엄마들이 하나로 뭉쳐 다시 현역 아이돌 그룹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겠다는 것.
물론 이런 복고적 콘셉트의 음악 프로그램은 MBC '놀면 뭐하니?' 같은 프로그램이 이미 시도한 바 있다. 비와 이효리, 그리고 유재석이 함께 모여 만든 혼성 그룹 싹쓰리가 그랬고, 이효리의 한 마디가 일이 커져 만옥(엄정화), 천옥(이효리), 은비(제시), 실비(화사)가 한데 뭉쳐 만들어졌던 환불원정대가 그랬다.
예능 프로그램은 이제 하나의 그룹을 만들어 음원을 발표하고 실제로 활동하는 과정을 담아내는 새로운 음악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그려낸 바 있다. 그러니 이러한 틀을, 현재는 엄마지만 과거에는 레전드 아이돌이었던 이들에게 적용시켜보는 건 흥미로운 예능의 실험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여기에는 여성, 육아같은 현실의 무게가 느껴지는 시대적 이슈들 또한 자연스럽게 겹쳐질 수 있었다. 아이를 가진 후 경력 단절을 경험하는 일은 안타깝게도 우리네 일터에서 여전히 자주 벌어지는 일들이고, 그래서 육아를 하며 꿈과 일에 대한 욕망의 좌절을 경험하는 엄마들이라면, 이 엄마 아이돌 그룹의 탄생은 그 자체로도 큰 위로와 희망을 선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의 공백 뛰어넘기 위한 통과의례
하지만 아이들과 씨름하며 육아에 몰두해온 엄마들이 갑자기 모여 아이돌 그룹을 만든다는 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거기에는 과거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했던 당시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현재의 현실 사이에 놓인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자리에 모인 이 레전드 엄마들은 현실 점검을 위한 이른바 '오디션'을 치르게 됐다. 심사위원으로 보컬 마스터 박선주, 한원종, 안무 히트 제조기 배윤정, 컴백 마스터 서용배, 총괄 마스터 김도훈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레전드 엄마들의 무대에서 춤과 노래를 각각 평가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상중하로 나뉜 평가에서 하를 받는 엄마들이 적지 않았다.
이런 부분은 시간의 공백을 뛰어넘고 이들의 향후 성장과정을 좀 더 드라마틱하게 담기 위한 통과의례의 성격이 강했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팬덤들에게는 불편한 지점들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돌'이 추구하는 건 잠깐 등장해 향수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JTBC '슈가맨' 같은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현재 실제로 활동할 수 있는 현역 아이돌 그룹을 탄생시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어쨌든 현재와 호흡할 수 있는 트렌디한 보컬 실력은 물론이고 춤 실력을 입증해야 했다. 과연 이들은 현재에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까.
이런 우려는 메인댄서와 메인보컬을 뽑는 일종의 오디션이 벌어지면서 기우에 불과했다는 게 드러났다. 엄마라는 새로운 옷을 입었어도 여전히 레전드라는 걸 이들은 입증했다. 몸이 따라주지 않을 것 같았던 별이나 현쥬니는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노력함으로써 그 한계를 뛰어넘었고, 댄스로만 이미지가 박혀 있던 가희는 보컬 트레이너의 지도 끝에 자기 목소리를 찾아낸 후 놀라운 가창력의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과거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놀라운 가창력과 춤 솜씨를 가진 선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팀원들을 챙기고 합을 맞춰가는 아이돌 레전드의 면모를 드러냈다.
마지막 미션으로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Next Level)을 라이브로 춤과 노래를 소화하는 무대를 통해서는 현재의 트렌드에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이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제 데뷔해도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아냈다. 다소 불편했던 통과의례는 이제 짧지만 이들 아이돌 그룹의 성장스토리가 되었다. 데뷔곡으로 준비된 '우아힙'(WooAh HIP)이라는 곡은 그래서 이미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게 됐다. 음원을 발표하고 음악 프로그램에서 이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시간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프로그램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엄마는 아이돌'에서 이 프로그램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가장 잘 전한 대목은 '절친 콘서트'로 마련된 무대에서 선예가 선미, 박진영과 함께 선보인 무대였다. 과거 원더걸스로 함께 활동했지만 이제 흩어져 각자의 길을 가게 된 선예와 선미는 함께 선미의 솔로곡인 '가시나'를 불렀다. 선미는 이미 솔로가수로 자리를 잡았고, 선예는 무대를 잠시 떠나 엄마로서 살아왔지만, 이 무대를 통해 새로운 아이돌 도전의 출사표를 던졌다. 한때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했던 이들이 저마다 각자의 길을 살아가고, 또 그것이 끝이 아니라 지금 현재도 다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걸 이들은 이 무대를 통해 보여줬다.
하지만 이 '절친 콘서트'에서 더 감동적이었던 건 선예와 박진영이 함께 '대낮에 한 이별'을 부르는 무대였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조부모 밑에서 자랐던 선예는 사실상 박진영이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SBS '박진영의 영재 육성 프로젝트 99%'를 통해 선발되어 6년간의 연습생 시절을 겪은 후 원더걸스로 데뷔했고, 아이돌로서는 허락하기 힘든 결혼을 허락해준 박진영은 결혼식 축하곡을 불러주기도 했다. 그만큼 선예가 선택한 길을 지지해줬다는 것. 그 먼 길을 돌아 이제 한 무대에 서게 된 것이었다.
그 무대를 마치고 박진영은 "책임감이 강한 선예는 자신의 선택(결혼을 하고 엄마가 된 것)을 좋은 선택으로 만들기 위해 '악착같이' 잘 살아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로서의 삶도 또 아이돌로서의 삶도 하기에 따라 저마다 의미있고 가치가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었다.

사실 아이돌들은 '나이'가 한계이자 장벽으로 작용한다. 어느 정도의 나이 이상이 되면 더 이상 음악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돌'이 보여주듯이 나이는 오히려 이들의 음악을 더욱 짙고 성숙하게 만드는 자양분일 뿐이다. 이 프로그램의 가치는 그래서 박진영의 말처럼 엄마는 물론이고 "자기 삶이 여기까지구나 라고 체념하셨던 많은 분들에게" 용기를 준다는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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