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오후, 반갑잖은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선제적인 진단 검사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
가만히 돌이켜보니 사흘 전 함께 점심 식사를 한 기억이 났다. 부랴부랴 회사에 통보하고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로 향했다.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으려는 차량들의 행렬이 끝 모르게 늘어서 있다. 번호표를 받고 접수증을 낸 뒤 차례를 기다리길 20여 분. 긴 면봉이 쑥 들어와 콧속 깊은 곳을 휘젓는다. 한참이나 콧속이 얼얼하다.
그 길로 집으로 돌아와 방에 갇힌 지 벌써 나흘째다. 백신을 3차 접종까지 했고,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도 음성이었지만 자가 격리 조치됐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게 이유였다. 오미크론 변이는 확산세도 심한 데다 잠복기가 긴 편이어서 10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단다.
보건소 담당자는 전화로 격리 일정을 알려주고 동거 가족 인원, 직업 등을 확인한다. 자가 격리 통지서와 자가 격리 앱 설치 방법도 메시지로 알려준다.
자가 격리 대상이 되면 편안한 안식처가 감옥으로 변하는 묘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방문은 굳게 닫히고 가족들은 모두 마스크와 장갑을 낀다. 마주 보고 대화하거나 접촉해선 안 되고, 식사는 홀로 방 안에서 해결한다. 자가 격리 앱으로는 매일 두 차례 자가 진단 결과를 등록해야 한다. 격리의 답답함에 이 모든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을 견뎌야 한다.
정작 불편한 건 갇혀 지내는 수고로움이 아니다. 확진되면 가까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괴로운 것이다. 자신 때문에 누군가가 이런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된다는 자책감에 무서운 것이다.
지금 우리는 오미크론 변이의 해일이 밀려오는 바닷가에 서 있다. 이미 대유행의 징조는 나타나고 있다. 대구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020년 3월 1차 대유행 당시와 맞먹고, 이 중 절반이 오미크론 변이로 추정된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이달 하순이면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을 점유할 것으로 본다. 역학조사 현장에서는 오미크론 변이의 급증세를 피부로 느낀다고 한다. 설 연휴에 접어들면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를 대체하고 80~90%까지 오미크론 변이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미크론 변이가 전파 속도에 비해 중증화율이 낮다곤 하지만 하루에 수만 명의 확진자와 자가 격리자가 발생할 경우 현재 대응 체계로는 정상적인 사회 기능을 유지하기 어렵다.
정부는 19일부터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의 재택 치료와 자가 격리 기간을 10일에서 7일로 줄였다. 65세 이하 무증상자는 동네 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로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 정도 대책으로 부족하다. 진단, 추적, 격리로 이어지는 방역 체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시급하다. 중앙정부가 방역 대응 전반을 전담하는 현재 방식으로는 오미크론 해일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급증하는 재택 치료 환자의 관리와 지자체마다 제기될 방역패스 효력 정지 소송도 중앙정부 중심의 방역 정책 유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오미크론 변이가 일상 진료 체계 안에 들어오도록 방역과 의료 정책의 무게중심이 지자체와 동네 의원으로 넘어와야 한다.
시민들도 당장의 불편에 분노하기보단 스스로를 지킬 방법이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과감하고 발 빠른 대비가 절실하다. 정말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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