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설공단 마필관리사로 근무하는 박모 씨, 매일신문에 166만원 쾌척
대구 장애인문화예술회에 성금 기부, 탁구협회 재능기부도 이어와
북한이탈주민 교육 중 어려운 삶을 사람 접하면서 이웃 돕기 나서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기 쉽지 않았던 북한 이탈주민이 우리에게 먼저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화제가 되고 있다. 대구시설공단 공무직으로 일하는 북한 이탈주민 박모(46) 씨. 그는 수혜 대상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이웃들을 보살피고 있다.
박 씨의 선행은 매일신문 이웃사랑의 문을 두드리면서 알려졌다. 19일 급여의 일부분인 166만1천670원을 대구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자 매일신문 이웃사랑에 쾌척한 것이다.
2009년 북한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박 씨는 매월 대구 장애인문화예술회에 정기적으로 성금도 기부하고 있다. 북한에서 탁구선수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수성구가 운영하는 장애인 탁구협회에 재능 기부도 하는 등 평소에도 나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박 씨가 나눔 활동을 한 계기는 한국 정착 과정에서 마주한 주변의 어려운 이웃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는 한국에서의 첫 거주지로 고향과 가장 비슷한 경북 포항을 선택했다. 그 당시 참여했던 한 아동양육시설 제빵 봉사가 박 씨의 마음을 흔들었다.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 처음으로 남을 도우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박 씨는 "어려운 이웃들을 보면 북한에서 어렵게 살았던 나의 모습이 많이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며 "한국에 왔을 때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도움을 받은 만큼 나보다 더 아프고 어려운 사람에게 내가 가진 몫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북한에서 탁구감독으로 활동했지만 한국에서는 당장 생활을 위해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렵게 한국으로 온 만큼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그런 생각이 자격증 취득에 나서게 된 동기가 됐다. 자격증은 곧 남한에서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박 씨는 사회복지사, 반려동물 관리사 등 각종 자격증 시험에 도전했다.
북한에서 탁구감독으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한국에서 그 재능을 발휘했다. 포항에 거주할 당시 경남 사천으로 자격증 시험을 보러 가던 중 우연히 탁구 국가대표 선수를 만나기도 했다. 그 계기로 한 탁구대회에 경북 대표로 나가게 됐고 개인전 결승에 올랐다. 7년 전 대구로 이사를 온 후에는 동구의 한 체육회에서 학생들에게 탁구를 가르치기도 했다.
2018년부터 말을 관리하는 길을 걸었다. 반려동물 관리사 자격증을 따면서 동물에 관심이 생겼고 좋은 기회로 대구의 한 승마장에서 말을 관리하는 일을 맡았다. 처음에는 말이 낯설고 무서웠지만 어느덧 말과 눈으로 교감하는 관리사가 됐다.
그는 "남들은 말 관리가 어려운 일이라고 걱정을 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힘들어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며 "말은 눈으로 사랑을 주는 존재다. 힘들 때면 말을 통해 위로를 받고 다시 일어선다"고 말했다.
앞으로 박 씨는 한부모가정이나 아동양육시설에 거주하는 아동들을 위해 학자금 지원 등 후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 코로나19로 생활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나눔 활동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씨는 "인복이 많다고 생각한다. 생활이 어려웠을 때부터 주위에 도와주는 좋은 사람이 많았다. 나에게 1순위는 사람이다"며 "열심히 산 몫을 여러 사람과 나눌 수 있어 뿌듯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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