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광주에서 벌어진 현대산업개발(HDC) 아파트 공사장 붕괴 사고는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맞는지마저 의심케 한다. 심층 조사가 더 진행돼야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부실 시공(콘크리트 졸속 양생)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유력해 보인다. 건설 현장 대형 사고 때마다 지적돼 온 부적절 재하도급 등의 정황도 의심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명색이 국내 도급 순위 9위인 대기업 건설사다. 그런데 지난해 학산빌딩 붕괴 참사를 일으킨 지 7개월 만에 다시 비슷한 유형의 사고를 냈다. 안전에 대한 이 회사 경영진의 의식이 얼마나 총체적 불감증과 안이함에 빠져 있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금 현대산업개발은 전국에서 65곳의 현장 공사를 벌이고 있으며 대구에서도 5개의 재건축조합사업 시공사로 선정돼 이 가운데 한 곳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혹여나 이들 현장에서의 안전사고 위험은 없는지 시민들의 불안감이 크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은 서울 마포구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1970년)를 필두로 충북 청주시 우암상가아파트 붕괴(1993년), 성수대교 붕괴(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1995년), 서울 강남 나산백화점 붕괴(2008년),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2014년) 등을 생생히 기억한다. 죄다 불·편법 하도급이나 부실 시공 또는 불법 증·개축과 같은 인재(人災)가 빚어낸 후진국형 참사들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사망자 2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 가운데 70%는 건설 현장이었다. 형식적 안전 점검과 사후약방문식 조치로는 건설 현장 안전사고를 절대 막을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주택 공급 물량이 대거 확대되고 있는데, 속도전 공사로 인해 현장에서의 안전사고가 속출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각자의 자리에서 기본만 지킨다면 건물 붕괴 같은 후진국형 참사는 막을 수 있다. 건설업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행정 당국도 정신 똑바로 차리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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