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제까지 조종사 ‘살신성인’ 지켜봐야 하나

입력 2022-01-15 05:00:00

지난 11일 경기도 화성 F-5E 전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심정민(28·공사 64기) 공군 소령(추서)이 추락 당시 민간인을 보호하려고 비상탈출을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군에 따르면 블랙박스에 비상탈출 손잡이를 당기는 소리는 녹음되지 않았으며 대신 심 소령이 마지막까지 조종간을 잡은 채 가쁜 호흡을 한 정황이 기록돼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는데도 민간인 피해를 끝까지 막아보려다가 시기를 놓친 것 같다"고 했다. 추락 지점과 인근 민가는 불과 100m 거리였다.

청년 장교의 아름다운 헌신에 감사하는 마음에 앞서 언제까지 우리 전투기 조종사들은 이런 비극적 비전투 손실을 강요당해야 하는가라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 심 소령 같은 젊은 조종사들이 민간인 보호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해야 하는 비극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말이다.

F-5E는 1975년부터 미국에서 도입됐고, F-5F는 1983년부터 국내에서 조립·생산됐다. 현재 공군은 이들 기종을 80대가량 보유 중인데 모두 운용된 지 20~30년이 됐다. 사고 전투기도 지난 1986년 도입, 전투기 정년인 30년을 예전에 넘겼다. 그 결과 보수·정비가 한계에 이르렀다. 부품이 단종돼 다른 전투기에서 부품을 빼내 돌려막는 '동류전환'이나 3D 프린팅 기법으로 단종 부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고 한다. 이러니 사고는 당연하다. 2000년 이후에만 15대가 추락하거나 충돌해 조종사 16명이 희생됐다. 조종사들이 "목숨을 걸고 탄다"고 하는 이유다.

그러나 공군은 8년 더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북한군에 맞서기 위한 적정 전투기 보유 대수 430여 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게 그 이유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현재 공군의 전투기 보유 대수는 이보다 조금 적은 410여 대이다. F-5 계열 전투기로 적정 보유 대수를 유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낡아서 툭하면 추락하는 F-5 80여 대는 전투기가 이만큼 있다는 허세(虛勢)용 허수이자 막대한 비용을 들여 양성한 조종사들의 비전투 손실만 초래하는 고철 덩어리일 뿐이다. 제2, 제3의 심정민 소령을 막으려면 노후 기종은 조속히 퇴역시켜야 한다. 그게 진정한 국방력 강화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