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수성사격장 ‘관 빠진 민·관·군협의체’ 주민 합의안에 포항시 소외

입력 2022-01-13 16:02:55 수정 2022-01-13 21:16:13

주민들 ‘보상 사업비 얻어 다른 곳 쓰려는 것 아니냐’ 포항시와 협력 꺼려
답답한 포항시. 거듭된 주민 설득에 한숨만

지난달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포항 장기면 수성사격장 반대대책위, 해병대·국방부·외교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주재로
지난달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포항 장기면 수성사격장 반대대책위, 해병대·국방부·외교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주재로 '포항 수성사격장 소음피해 집단민원 점검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민·관·군협의체에서 관은 도대체 어디입니까?"

주한미군 아팟치헬기 사격훈련으로 촉발된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 갈등(매일신문 2021년 12월 8일 자 10면 등)이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로 민·관·군협의체 구성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관의 역할을 해야 할 포항시가 '왕따' 취급을 받아 근심하고 있다.

국방부와 주민들 간의 중재안 마련을 위해 수차례 회의가 이뤄지고 있으나 포항시에는 아무런 일정이나 결정사항이 전달되지 않은 탓이다.

국민권익위와 국방부, 주민대표단은 지난달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포항 수성사격장 소음피해 집단민원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회의는 갈등 조정 중인 국민권익위의 잠정 중재안이 발표된 직후 열린 첫 공식 일정으로 의미가 깊다.

이 자리에서 3개 기관은 갈등의 원인인 주한미군 아팟치헬기 사격훈련을 올해 초까지 잠정 중단하고, 민·관·군협의체를 꾸려 상호 협력안을 도출하기로 약속했다.

이후 수성사격장 인근 등에서 수차례 소규모 만남을 갖고 ▷각 마을별 주민 숙원 사업 공모 ▷주민 70% 이상 중재안 동의 서명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난달 7일 공식 회의를 시작으로 수차례 소규모 회의가 진행됐음에도 포항시에는 어떠한 일정이나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다.

답답해진 포항시는 국민권익위 등에 구두로 업무 공조를 요청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대답이 없는 상태다.

이처럼 포항시가 의도적으로 협의체 구성에 배제되고 있는 것은 주민들이 포항시의 행정에 대해 불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주민반대위 관계자는 "주민들 간의 분열을 일으키는 등 지금껏 포항시가 보여준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우리가 받은 피해를 빌미로 국비를 얻어 포항시가 원하는 사업을 하려는 것 아니냐"면서 "우선 주민들의 주체로 숙원사업 등 협의 방향을 정하겠다. 이후 경북도와 포항시 등 지자체와 논의해 세부 실행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는 주민들과 자주 만나 수성사격장 갈등 해결에서 지자체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으나 제대로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달에만 4차례에 걸쳐 수성사격장 인근 이장 및 자생단체 회의를 열고, 조만간 포항시의 역할과 입장을 담은 홍보 팸플릿까지 만들어 지역에 배포할 예정이다.

김복조 포항시 남구청장은 "주민 숙원사업이 선정되면 포항시·경북도의 지속적인 예산 확보가 당연히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첫 단계부터 업무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주민들의 뜻을 최우선으로 포항시가 공동 참여해 사업을 선정하고 구체적인 개발 사업계획을 세우는 등 지자체가 꼭 나서야할 이유가 있다는 점을 꾸준히 설득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포항 수성사격장(포항시 남구 장기면)은 지난 1965년 1천만㎡ 규모로 지어져 57년간 큰 잡음 없이 운영돼 왔다.

그러나 지난 2019년 4월 주민 사전 협의 없이 갑자기 경기 포천시에서 시행되던 주한미군 아팟치헬기 사격훈련이 옮겨 오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주민들은 지난해 2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집단민원을 제기했으며, 권익위 조사결과 영구적인 청력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최고 107db 가량의 소음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현재 중재 조정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