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
긴 코로나19 팬데믹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세상이 다 멈추어 버릴 것만 같았던 시간 속에서 대구콘서트하우스(대콘)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코로나19 혼돈의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기 시작했으며,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시도조차 하기 힘들었을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의 시도와 성과를 만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값진 성과는 '대구 음악의 가능성'을 재발견한 것이다. 해외 유명 공연단체들이나 연주가들의 국제적 왕래가 어려워지자, 2020년 3월 대구 음악인들을 중심으로 '대콘의 600초 클래식'이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암울했던 이 시기에 오디오 플랫폼을 통해 10분짜리 콘텐츠를 만들어 송출한 것이다. 대구에서 태어나 외지로 나가 공부하고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대구 사람들과 대구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이 만든 클래식 소품들은 코로나 초기의 암울한 분위기에 위로와 희망을 선물했다.
또 한 가지 성과는 'WOS 비르투오조 챔버'의 탄생이다.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WOS)의 축제 앙상블인 이 실내악단은 한국을 대표하는 평론가들로부터 "이 악단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희망을 찾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구의 젊은 현악기 연주자 15명(2020년), 20명(2021년)의 단원으로 구성돼 이 축제를 홍보하면서 그 존재를 전국적으로 알렸다.
그 외에도 '대구아티스트위크'나 '리딩 오페라' 등등 다양한 대콘의 고유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프로젝트들이 있다.
그리고 글로벌 공연장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세계 음악계와 친구 맺기' 프로젝트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러시아 제3의 도시인 우파(Ufa)의 국립극장과 랜선 MOU가 지난해 체결되었으며, 새해 연초에 그들은 스스로 항공료와 숙박 비용을 준비해 대콘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의 코로나 대확산으로 취소되었으며, 희망을 가지고 다음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시립교향악단을 비롯한 5개 도시 국공립 극장, 그리고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는 중앙아시아 10여 개국과의 교류도 하늘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수교 기념행사도 준비 중에 있다.
현재 대콘의 대표성 있는 국제적 관현악 페스티벌인 월드오케스트라 시리즈는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에 가장 악영향을 받은 행사이다. 서부 유럽의 유명 관현악단을 초청해 우리가 배우면서 즐길 수 있는 목적이 담긴 행사이지만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 첫째 문제는 비용 부담에 비해 우리 지역에 끼치는 실질적인 도움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서구의 교향악단들은 지나치게 상업화되어 있어서 공연 후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유치 비용이 10억 원대를 호가하는 단체들도 생겨나고 있어서 단독 유치의 어려움 때문에 기획사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도 풀어야 할 과제이다. 그래서 아직은 비교적 상업화되지 않았지만 수준이 높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CIS 국가들의 국립악단들과의 친구 맺기는 대구 지역 음악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리고 이미 약속된 바르샤바 필하모닉(폴란드)과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인 메츠국립오케스트라(프랑스)의 공연도 올해에는 이루어지기를 원한다.
코로나 팬데믹의 암울함 속에서 얻은 빛나는 결실들과 펼쳐 놓은 여러 노력이 속히 엉기어 결실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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