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이재명 찍으면 정권교체’라는 속임수

입력 2022-01-10 20:14:43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윤석열 후보가 이른바 '본인·부인·선대위 3대 리스크'에 빠져 허우적대는 틈을 타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오차범위를 넘어 윤석열을 앞섰다. 대선 승리에 일단 유리한 고지에 섰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난관이 있다. 정권유지론을 압도하는 정권교체론이다. 한국갤럽·머니투데이(3∼4일) 조사에서 정권교체론은 51.0%였지만 정권유지론은 35.8%에 그쳤다. 같은 기간 진행된 한국리서치·KBS 조사에서도 정권교체론은 49.5%, 정권유지론 40.3%로 나왔다. 글로벌리서치·JTBC(5~6일) 조사도 마찬가지다. 정권교체론은 55.3%, 정권유지는 39.2%였다.

이재명의 가장 큰 고민이 이것이다. 윤석열의 지지율이 이재명보다 낮음에도 정권교체론이 계속 우세하다는 것은 앞으로 윤석열 하기에 따라 언제든지 뒤집기가 가능함을 뜻한다. 이런 흐름을 바꾸지 않으면 대선 승리는 낙관할 수 없다. 그래서 이재명 측이 낸 꾀가 정권교체론에 올라타는 것이다. '이재명을 찍으면 정권교체'라는 것이다. 이재명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이지만 문재인 정권과 결별한 것으로 보이도록 국민의 '착시'를 유도하려는 술수다. 이렇게 해야 정권교체론을 우회해 대선 승리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절박감이 잘 묻어난다. 그 배경은 정권교체론이 윤석열 지지로 이어지는 데 대한 두려움이다. "언제라도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감'이라는 인식이 다시 돌아오게 되면, 정권교체라는 구도와 결합되면 (지지율이) 돌아올 수 있다."(조응천 민주당 선대위 공동상황실장)

이재명의 '정책 발언'을 보면 문 정권과 절연한 것처럼 보인다. 부동산 관련 발언이 대표적이다. 당내는 물론 청와대까지 반대하는데도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중과를 1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종부세 중과도 부분적으로 조정하겠다고 했다. 공시가 '현실화'로 보유세 폭탄이 국민을 덮치자 공시가 관련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경기지사였을 때는 "실거주용 이외에는 취득이건 보유건 양도건 세금을 중과"해야 한다고 했다. 공시가격에 대해서도 "현행 공시가격 제도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불공평 과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양극화를 심화하고 불로소득을 조장하는 공시가격 제도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에 대해서도 말이 바뀐다. 지난해 8월 "대통령의 실패가 아닌 관료들의 저항으로 인한 실패"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에는 "부동산 정책은 실패한 것이 분명하다. 실패 원인을 제거하고 바꿔야 한다"며 핵심은 시장 존중이라고 했다. 실패 이유가 '관료들의 저항'에서 '시장 경시'로 바뀐 것이다.

원전 정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결정에 대한 재검토 입장을 밝히며 "이재명 정부의 원전 정책은 감(減)원전 정책"이라고 했다. 기존의 원전은 가동연한까지 사용하고 신규 원전은 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전해에는 "원전을 경제 논리로만 따져 가동하는 일은 전기세 아끼자고 시한폭탄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노후 원전은 폐쇄하고 무리한 수명 연장은 중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예는 말 바꾸기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이전의 말과 바꾼 말 중 어느 것이 진심일까. 이재명의 속에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