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필요한 물품 산 것 뿐” 속 당 내부선 확산 우려 기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발(發) '멸공'(공산주의(자)를 멸한다는 의미) 논란이 10일 정치권으로 급속히 번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멸공(멸치+콩) 쇼핑 이후 인증 분위기가 확산되자 파상 공세를 폈다. 이에 윤 후보는 "장보기"라는 취지로 해명했고, 이준석 대표도 "과하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사태는 윤 후보가 지난 7일 정 부회장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를 찾아 달걀과 파, 멸치, 콩 등을 구입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달파는 문파,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뜻하고, 멸치와 콩은 '멸공'으로 정 부회장을 우회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해석되면서다. 윤 후보의 해시태그 앞 글자만 딸 경우 '문파 멸공'으로, 문파를 멸해야 할 공산당에 비유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어 나경원 전 의원이 이마트에서 멸치와 약콩 등을 사며 장을 보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멸치와 콩에 달걀말이를 곁들인 식사 사진을 공개하는 등 '멸공 인증' 릴레이가 벌어지자 여권이 펄쩍 뛰었다.
민주당은 10일 '멸공 인증'을 "일베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자중지란 끝에 겨우 돌아온 윤석열표 선대위 대전략이 고작 국민 편 가르기고 구시대적 색깔론이란 말인가"라며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윤 후보나 청년 세대를 장기판의 '졸'을 보듯 하는 이준석 대표의 모습에 국민은 피곤할 뿐"이라고 저격했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주말새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일베 인증 삼매경에 빠졌다"라며 "지지율이 여의치 않자 앞 다퉈 일베에 충성맹세를 하며 화력을 지원하는 모양새"라고 맹비난했다.
우상호 의원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윤 후보가 '멸공' 인증에 가세한 것에 대해 "장난스러워 보였다"며 "대통령 후보가 할 행동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깎아 내렸다.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에서 활동 중인 카피라이터 정철도 "멸치 X만도 못한 놈들"이라며 비난전에 뛰어 들었다.

윤 후보는 해명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까운 마트 가서 필요한 물품 산 것 뿐"이라며 "멸치 육수를 많이 내서 먹기 때문에 멸치 자주 사는 편이다. 아침에 콩국 같은 거 해놨다가 많이 먹기 때문에 콩도 늘 사는 품목 중 하나다"라고 했다.
이준석 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윤 후보가 멸치와 콩을 자주 먹는다며 가볍게 위트있게 대응했는데…"라며 "과하다고 본다"고 밝혔고, 원희룡 선대위 정책본부장은 '썩 동의하기 아렵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사태 확산을 경계하는 모습이지만, 지지율 하락에 고전해온 윤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 등과 맞물려 '이대남'(20대 남자)을 겨냥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어 파장이 숙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