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정규직 공정수당, 본질은 두고 돈 풀기만 하겠다는 건가

입력 2022-01-10 05:00: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겠다"며 "민간까지 공정수당 확대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상식"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공정수당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도입한 제도로, 근무 기간 등 고용 불안정성에 비례한 보수수당을 제시하고 기본급의 최소 5%에서 최대 10%까지 차등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2년 591만 명이던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2021년 800만 명을 넘어섰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원인은 각종 규제로 노동시장이 경직되면서 기업들이 은퇴자·퇴사자의 빈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기 때문이다. 정규직에 대한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해 기업들이 경영이 나빠질 때를 대비해 정규직 고용을 꺼리는 것이다. 또 최저임금 급격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기업 일자리 자체의 감소도 비정규직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비정규직의 불안정·저임금 문제를 해결하자면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이 후보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제도적 문제, 생산성 문제,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산업구조에는 관심이 없다. '돈을 보태 주어 문제를 묻어 두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거의 모든 공약이 이런 식이다.

'비정규직=불안정·저임금'이라는 이 후보의 인식도 문제다. 스포츠 스타, 영화배우, 특수 영업직 등은 비정규직이지만 높은 보상을 받는다. 이들은 정규직으로 오랜 기간 종속되기보다는 프로젝트 혹은 시즌별 계약, 성과 달성을 통해 최대한 많은 '몸값'을 받기를 원한다. 이 후보는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라고 말했지만, 틀린 말이다. 보수는 어떤 일을 하느냐, 얼마나 생산성이 높으냐, 노동시장 수요와 공급에 따라 달라진다. '비정규직이니까 돈을 더 받아야 한다'는 발상은 고용 안정성이 높은 공무원은 최저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나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