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고급스럽게 '호로록'…와인 매력에 빠진 홈술족

입력 2021-12-30 13:49:26 수정 2021-12-30 19:16:43

홈술 문화 진화…10만원 이상 프리미엄 제품 매출 급증

와인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와인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직장인 윤수영(30) 씨는 집에서 치킨·피자 등 배달음식을 먹을 때 술이 필요하면 와인을 마신다. 집 근처 편의점에서 햄버거 등 전자레인지에 간편히 데워먹을 수 있는 음식을 구매한 뒤 함께 마시기도 한다. 윤 씨가 와인의 매력에 빠진 지는 불과 1년. 소주를 혼자 집에서 마시기엔 우울하고 맥주는 배부른 느낌이 빨리 온다는 것이다. 윤 씨는 "최근 연말에 친구들과 집에서 가벼운 파티를 열었는데, 감바스와 떡볶이를 먹을 때 소주·맥주 대신 와인을 권했다"며 "생각보다 호응이 좋았다. 와인 전도사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윤수영(30) 씨는 집에서 치킨·피자 등 배달음식을 먹을 때 술이 필요하면 와인을 마신다. 집 근처 편의점에서 햄버거 등 전자레인지에 간편히 데워먹을 수 있는 음식을 구매한 뒤 함께 마시기도 한다. 최근엔 친구들과 집에서 함께 와인을 마셨다. 윤 씨 제공
직장인 윤수영(30) 씨는 집에서 치킨·피자 등 배달음식을 먹을 때 술이 필요하면 와인을 마신다. 집 근처 편의점에서 햄버거 등 전자레인지에 간편히 데워먹을 수 있는 음식을 구매한 뒤 함께 마시기도 한다. 최근엔 친구들과 집에서 함께 와인을 마셨다. 윤 씨 제공

◆지난해부터 국내 주류 시장에서 급성장한 와인

코로나 이후 대한민국이 와인세계에 빠져 들었다. '홈술', '혼술', '저도주' 등 세 가지 키워드가 코로나 시대의 주류 소비 특성이라면, 와인이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며 빠르게 자리잡으면서다. 이제 와인은 편의점과 마트에서도 손쉽게 만나볼 수 있고, 거창한 장소가 아닌 집에서도 간편히 마시는 술이 됐다. 와인을 마신 뒤 온라인 공유도 활발하다.

와인 수입액은 지난해 3억3천만달러(약 3천917억원)로, 21년 만에 맥주 수입액을 제치더니 올해는 지난 8월에 이미 작년 와인 수입액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7월 기준) 대비 맥주 수입액은 4.8% 감소할 때, 와인은 102.4% 급성장했다. 그간 높은 유통비·유로화 강세 등에 따라 우리나라 주류시장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아 시장 점유율 지표에서 위스키처럼 '기타'에 묶일 정도였지만, 이젠 대표 주류 타이틀도 넘보고 있는 것이다.

◆와인 왜 떴을까

코로나 이후 회식보다는 집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술 문화가 인기를 끈 것이 국내 와인 시장을 빠르게 성장시킨 가장 큰 원동력이다. 더 나아가 사람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을 와인과 함께 곁들여 먹는 모습을 인증해 올렸다. 30일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검색해보면, '#와인', '#와인안주' 등 키워드는 각각 361만건, 19만건 이상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대형마트·백화점과 편의점에서 1만원 이하의 저가 와인이 대거 유통된 점도 와인 성장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주류업계는 와인이 고급 술에서 접근이 쉬운 술로 인식이 변화된 계기가 여기 있다고 본다.

이마트가 내놓은 4천900원짜리 와인인 '도스코파스'는 이미 400만병 이상 팔렸다. 지난 29일 찾은 한 편의점엔 1병당 6천900원 하는 와인이 진열돼 있었다. 편의점 직원은 "음식을 사기 위해 집에서 갓 나온 것 같은 편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가볍게 즐기려고 과자·인스턴트 식품과 함께 자주 사간다"고 했다.

지난 29일 찾은 대구 한 편의점. 1병당 6천900원 하는 저가 와인을 쉽게 볼 수 있다. 변선진 기자
지난 29일 찾은 대구 한 편의점. 1병당 6천900원 하는 저가 와인을 쉽게 볼 수 있다. 변선진 기자

◆홈술의 진화...올해는 비싸도 잘 팔려

집에서 가볍게 맛본 사람들이 와인 매력에 빠져 자신에게 맞는 다른 맛의 와인을 찾기도 한다. 홈술이 고급화·전문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올해도 몬테스알파 카베르네쇼비뇽, 1865 까르미네르 등 1~3만원대의 와인이 가장 많이 팔렸지만, 이보다 더 비싼 와인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5~10만원대 와인과 10만원 이상 와인의 매출이 각각 43%, 62% 뛰었다. 50만원 이상 와인 매출은 700% 늘었다. 홈플러스는 "비싸도 잘 팔렸다"고 했다. 이 같은 트렌드에 홈플러스는 샤또르팽, 페트뤼스 등 500~600만원대 프리미엄 와인 품목도 확대했다.

대형마트의 한 와인 바이어는 "와인이 코로나 수혜를 본 반짝 주류로, 거품이 금방 꺼질 것이라고 일부 예상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내년 시장 전망도 밝을 것으로 본다"며 "업계가 와인 핵심상품의 물량을 대폭 늘리는 추세다. 고급화 붐에 따라 프리미엄 와인 비중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와인 용품도 주목

와인 열풍에 관련 용품도 덩달아 인기다. 대구의 한 와인 매장 관계자는 "단순히 와인 코르크를 따는 기능을 넘어서 디자인이 고급스러운 오프너를 찾는 고객들이 많다"면서 "올해 오프너 매출이 2배 올랐다"고 말했다. 오프너로도 코르크를 따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전동 오프너도 출시됐다. 최근엔 먹다 남은 와인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진공스토퍼도 주목받는다.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와인잔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12월은 와인이 가장 많이 팔리는 달로, 와인을 담을 잔도 함께 사랑받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에 따르면 이달 와인잔 등 와인 관련 용품 매출이 전월 대비 74% 신장했다. 최근엔 와인잔 종류를 1년 전보다 2배 늘렸고 블링골드 와인잔, 심플라인 와인잔 등 새로운 디자인의 잔도 새롭게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