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은 연말·연초면 어김없이 '○○년 공휴일'을 검색해 본다.
새해인 2022년에는 주 5일제 근무자는 공휴일 67일과 토요일 53일을 더한 120일 중 토요일과 겹친 신정(1월 1일)과 추석 연휴 둘째 날(9월 10일)을 뺀 총 118일을 쉴 수 있다. 지난해보다 휴일이 이틀 늘었는데 대통령선거(3월 9일)와 전국동시지방선거(6월 1일)가 있어서다.
달력을 보며 대체공휴일과 휴일이 줄줄이 붙어 있는 황금연휴까지 확인하고 나면 마음은 그때로 가서 뭘 하면서 보낼지 상상한다.
우리가 '노는 날'에 관심을 쏟는 데는 그만큼 '놀지 못하는 날'이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근로 환경은 악명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20년 기준 한국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평균 1천908시간으로 38개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다. OECD 회원국 평균(1천687시간)보다는 221시간(9.2일) 길고, 독일(1천332시간)과 비교해서는 576시간(24일) 무려 한 달을 더 일하는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주 4일제' 이슈가 등장했다.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있다.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재택근무, 근무시간 조정 등 근무 환경이 급변하며 일부 국가나 기업에서는 주 4일제 도입이 빠르게 논의되고 있다.
주 4일제를 찬성하는 쪽은 직원들의 휴식 시간 보장이라는 복지 차원 외에도 가정에서의 돌봄 시간 증가, 직장에서의 에너지 사용 감소에 따른 기후변화 대응 등을 장점으로 꼽는다. 반면 근로시간 감소로 말미암은 임금 보전 문제, 단위 시간당 인건비 증가, 생산성 저하 우려 등을 반대 입장으로 내세운다.
근무시간 단축 실험에서는 반대 입장을 반박할 만한 긍정적 결과가 나오고 있다.
미국 민주당 하원 의원 13명이 발의한 '주 32시간 근무법'은 법안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다. 근무시간을 주당 32시간으로 제한하고, 이를 넘을 때는 초과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을 발의한 마크 타카노 의원은 "근무시간 단축을 실험한 기업들의 업무 생산성이 25~40% 향상됐고, 일과 삶의 균형이 높아졌다. 또 고용주는 직원의 건강보험료나 사업장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지사도 지난 2019년 직원 2천300여 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1인당 매출 기준 생산성은 39.9% 증가했다. 전기 사용량은 23.1%, 서류 출력 및 복사 횟수는 58.7% 감소했다. 통상적인 임금은 그대로 유지했고 한화 100만 원에 달하는 휴가비를 별도 지급했다. 일본은 지난 4월 집권당인 자민당이 주 4일제 추진을 공식화했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 근로시간 단축은 자연스러운 순서다. 하지만,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임금을 보전해 주려면 기업들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앞서 주 4일제를 도입하거나 실험에 들어간 국가·기업과 우리나라의 사회구조, 기업문화는 달라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역시나 대선판에서도 주 4일제가 등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주 4일 근무제를 1호 공약으로 내걸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공약으로 내세우진 않았지만 공공연하게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변수로 '뜨거운 감자'가 된 주 4일제가 대선과 맞물려 사회적 논의로 발전할 시기가 무르익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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