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주시 추모공원 건설, 이웃 문경과 얼굴 붉힐 일 아니다

입력 2021-12-29 05:00:00

경북 문경시의 시의원 9명 전원과 문경이 지역구인 고우현 경북도의회 의장 및 박영서 도의원이 문경 시민들과 함께 27일 상주시청 앞에서 시위를 하는 흔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상주시와 경계가 맞닿은 이웃 동네 문경 사람들이 집회에 나선 까닭은 상주시가 현재 함창읍 나한리 산12-7번지 외 12필지 8만㎡ 부지에 추모공원 건립을 추진하면서 두 지역 주민 간에 생긴 갈등 때문이다.

발단은 상주시가 지난 3월 추모공원 조성사업 부지 공모를 통해 나한2리 일대에 275억원을 들여 봉안당(유골 보관 시설) 1만 기와 자연 장지(수목장림) 1만2천 기 규모의 종합 장사시설을 2027년까지 짓기로 결정하면서다. 갈등은 부지가 상주 도심에서 20㎞ 떨어졌지만 문경 시내에서 500m에 불과하고, 부지 주변 주민도 상주는 100여 명이지만 문경 쪽은 3천 가구 밀집 아파트 등으로 1만여 명에 이르러 문경 쪽 주민 반발이 만만치 않아 불거졌다.

게다가 추모공원의 주 진입로는 문경 시내를 거쳐야 하지만 상주시는 추모공원 조성 과정에서 부지가 상주 경계 안이란 이유 때문인지 부지 주변 이해 당사자인 문경 시민을 배려한 사전 협의 절차도 밟지 않았으니 갈등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추진위원회에 문경 입장을 들을 위원조차 없었고 추모공원 조성에 따른 혜택 제공도 상주 주민 위주로 이뤄졌다. 상주시가 비록 공원을 자연 친화 시설로 운영하는 만큼 혐오 시설이 아니라지만 문경 쪽 입장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으니 되돌아볼 일이다.

사실 상주시와 문경시는 하나의 국회의원 선거구이고 법원과 국세 행정 등의 관할도 공유할 만큼 이웃사촌으로, 오랜 역사와 생활문화자산을 공유하고 있다. 이런 남다른 인연의 두 곳이 추모공원 조성 갈등으로 얼굴을 붉히니 안타깝다. 이번 갈등 해법은 먼저 상주시가 나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문경 출신 두 도의원 역시 문경 시민의 의견 대변도 필요하겠지만, 도민 전체를 살피는 책무가 있는 만큼 시위보다 마땅한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