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힐링 오디션의 정점 ‘싱어게인2’

입력 2021-12-31 16:00:00

JTBC ‘싱어게인2’, 다양성 품은 정서적 공감 오디션
재즈·메탈·포크·발라드 가수·아이돌…무색의 색깔로 다시 부른 노래
'허스키보이스' 33호 '보컬 타짜' 37호, 시청자 매료시키는 아티스트 쏟아져
장르 다양화로 단조로운 오디션 탈피…성대결절에도 최선 다한 가수 출연에
서바이벌 아닌 무대가 주는 울림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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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싱어게인2'의 한 장면. JTBC 제공

JTBC '싱어게인2'가 돌아왔다. 작년 말 추웠던 겨울을 따뜻하게 해줬던 그 감성 그대로다. 시즌1이 거둔 성과 위에서 시즌2는 시작한 지 얼마 안됐지만 벌써부터 뜨겁다. 무엇이 '싱어게인2'에 대한 이런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걸까.

◆더 강력한 오디션이 왔다

작년 11월 첫 회를 방송했던 JTBC '싱어게인'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으로 시작했다. 2019년 벌어진 Mnet '프로듀스101' 조작 사태로 인해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회의감이 여전한 데다, 2020년 방영된 TV조선 '미스터트롯'이 만들어낸 트로트 붐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새로운 트렌드처럼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던 시기였다.

이런 시점에 어딘가 '슈가맨'의 냄새가 솔솔 풍기는 '싱어게인'의 오디션 기획 포인트는 적당한 레트로 분위기의 오디션이 아닐까 싶은 느낌까지 줬던 게 사실이다. 첫 시청률이 3.1%(닐슨 코리아)에 머물렀던 건 이런 전후 사정을 반영한 결과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싱어게인'은 그런 예감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걸 단 몇 회 만에 깨닫게 해줬다. '다시 부른다'는 기치 아래, 찐무명에서부터 재야의 고수, 오디션 최강자, 슈가맨, OST 가수 등 다양한 '출연군'이 저마다의 색깔과 이야기를 갖고 만들어내는 무대는 시청자들에게 그간 하나의 색깔만을 보여주곤 했던 오디션에 무지개 색깔을 그려넣어 주었다.

재야의 고수나 찐무명의 경우 마치 '슈퍼스타K'같은 일반인 오디션에서 발견된 보석 같은 아티스트를 찾아내는 재미를 줬고, 슈가맨이나 OST 가수들의 경우에는 '슈가맨'이 보여줬던 복고와 추억을 소환시키는 음악의 묘미를 끄집어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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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싱어게인'이 낳은 스타 중 한 명인 이무진. JTBC 제공

흥미로운 건 이처럼 저마다 색깔이 다른 출연군들이 함께 무대를 꾸미는 듀엣 미션 등을 통해 의외의 하모니를 만들어낼 때 생겨나는 시너지가 있었다는 점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가수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무대를 실험적으로 선보이는 오디션.

'싱어게인'이 가진 이러한 확장성은 첫 무대를 보고나면 그 후의 그림들이 비슷비슷해져 식상해지곤 하던 오디션을 종잡을 수 없는 흐름으로 만들면서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이승윤, 이무진, 정홍일 같은 스타들이 스타일도 색깔도 저마다 다르다는 점은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징을 잘 보여줬다.

시즌2로 돌아온 '싱어게인2'는 시즌1이 거둔 성과 위에서 시작부터 더 강력한 힘을 드러냈다. 첫 회 5.5%로 시작한 '싱어게인2'는 3회 만에 7.8%를 기록했고, 매회 스타성 강한 아티스트들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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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싱어게인2'의 한 장면. JTBC 제공

평온한 목소리로 '잊혀진 계절'을 불러 모두를 포크 감성에 빠뜨린 7호 가수, 정인의 '오르막길'을 마치 김범수가 떠오를 정도로 자유자재로 불러 유희열 심사위원으로부터 '보컬 타짜'라 불린 37호 가수, 시즌1이 탄생시킨 메탈가수 정홍일의 뒤를 이을 것 같은 록 밴드 보컬의 공력을 보여준 13호 가수, 굵직한 허스키보이스로 시즌1 김준휘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 33호 가수 등등.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무대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즌1이 만든 토대 위에서 거침없는 질주를 하고 있는 '싱어게인2'. 이 프로그램은 어딘가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이 시대에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해주는 면이 있다.

◆'싱어게인2'가 던지는 질문

과연 오디션 프로그램은 하나의 색깔에 국한될 필요가 있을까. '싱어게인2'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장르는 물론이고 타깃 연령층도 다양하고 폭이 넓다는 점이다. 출연군들이 다채롭다 보니 '싱어게인2'는 아이돌 출신도 있지만, 재즈가수, 록 보컬, 포크 가수 등 다양한 장르의 가수가 등장한다.

당연하지만 장르별로 타깃 연령층도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겹쳐지는 면도 있지만 아무래도 아이돌 출신 가수들은 젊은 세대가 더 집중하고, 재즈나 포크 가수들은 조금은 연령대가 있는 세대들에게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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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싱어게인2'의 한 장면. JTBC 제공

이러한 하나의 색깔이 아닌 점은 어찌 보면 '싱어게인2'의 약점처럼 보이지만,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의 트렌드에는 이런 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방영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들인 MBC '야생돌', '방과 후 설렘'의 시청률은 거의 재난급이다. '야생돌'은 0.9% 시청률로 종영했고, '방과 후 설렘'은 1%대를 전전하고 있다. 이것은 '프로듀스101' 조작 방송의 여파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돌 오디션 같은 하나의 색깔을 가져간 단조로움이 작용한 면도 크다.

트로트 오디션도 한때 붐이 되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지만, 결국 소비만 빨라지면서 식상해진 바 있다. 대신 TV조선이 새로 가져온 '내일은 국민가수'는 특정 장르를 가져오기 보다는 '국민가수'라는 애매한 지칭을 세워둬 다양한 장르가 설 수 있는 무대를 가능하게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제 다양한 색깔은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서바이벌을 강조한 자극 또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이 더 이상 원하는 요소가 아니라는 걸 '싱어게인2'는 잘 보여준다. JTBC가 지금껏 해왔던 오디션 프로그램들('팬텀싱어', '슈퍼밴드' 같은)의 특징이기도 했지만, '싱어게인'도 본선 첫 무대에서 출연자들의 무대 전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탈락한 이들을 굳이 보여주기보다는 합격한 이들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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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싱어게인2'의 한 장면. JTBC 제공

이것은 탈락자들을 자극적으로 소비하기보다는 합격자들에 대한 매력과 기대감에 더 집중하겠다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의지를 드러내는 일이다. 물론 탈락하더라도 도전 자체가 의미있는 이들까지 편집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이번 '싱어게인2' 2회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됐던 인물은 성대결절로 인해 음정 자체가 불안했지만 규현으로 하여금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쏟아내게 만들었던 김현성이었다. 그는 탈락했지만, 불완전해도 끝까지 노래 부르는 그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무명가수전'을 표방하고 있는 '싱어게인'만이 가능한 무대가 아닐 수 없었다. 이처럼 서바이벌의 자극이 아닌 무대가 주는 힐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 이것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힘겨운 대중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원하는 것이었다.

◆심사가 아닌 발굴에 초점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색깔을 가진 아티스트들을 한 무대에 세울 수 있게 해준 진짜 힘은 심사위원들의 특별한 자세에서 나온다. '싱어게인2'의 심사위원들은 무대를 평가하고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그 색깔에 따른 다른 관점으로 들어주고, 그 개성과 매력을 발굴해주며, 거기에 맞춰진 조언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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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싱어게인2'의 한 장면. JTBC 제공

시즌1보다 더 강력해진 건 거의 '언어의 마술사'에 가까운 심사위원들의 심사 멘트다. '보컬 타짜(유희열)', '어려도 멋있으면 언니(김이나)', '신이 주신 축복의 목소리(윤도현), '후각을 자극하는 목소리(김이나)' 같은 표현들이 이 프로그램에서는 쏟아져 나온다. 심사위원들이 이렇게 다양한 표현을 동원해 출연자들의 노래를 설명해주는 건 그 색깔을 분명히 전해주기 위함이다. 시청자들은 심사위원들의 이런 관점에 맞춰 해당 출연자의 다음 무대를 기대하게 될 수밖에 없다.

다양성을 오디션으로 끌어왔지만,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여러 경쟁자들과의 비교 평가가 아니라 하나하나의 무대를 따로 각각 평가해야 하고, 향후에는 듀엣 미션 등을 통해 이들의 색깔을 잘 조합하는 '프로듀싱' 역할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온전히 시청자들이 이 시대에 원하는 힐링 오디션에 맞춰진 성과로 돌아오고 있다. 무대 하나하나가 레전드처럼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