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 다가오면서 후보자 자질 성토 분위기…유력 후보 누가 되더라도 '대통령 불행' 악순환 예고
"뽑고 싶은 대통령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 시각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69일(30일 기준) 앞으로 다가왔지만, 줄어들어야 할 부동층이 거꾸로 느는 등 이상한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등 유력 후보들에 대한 반감으로 "찍을 후보가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호감 대선'이란 비아냥 속에 유권자들은 최악이 아닌 후보를 선택하거나 투표를 포기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보수 세력의 중심지로 꼽히는 대구·경북에서도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대구 토박이 50대 남성 A 씨는 5년 주기 대선 때면 갈등 없이 보수 후보를 찍었다. 평소 정치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그는 가족 등 주변 사람들로부터 영향받은 지역 정서에 따라 후보 선택을 고민하지 않았다. 직선제가 도입된 제13대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줄곧 보수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A 씨는 이번에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집권 세력인 여당 후보를 찍을 생각은 애초에 두지 않았고, 지금도 변함없다. 그의 고민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결정 과정에서 시작됐다. 정권교체를 바라지만 내심 바란 후보가 탈락한 데다, 경쟁에서 이긴 유력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아 투표장에 가지 않을 생각이다.
경북 경산에 사는 40대 여성 B 씨는 평소 정치에 관심을 두고 대선 때에는 여야 가릴 것 없이 나름 전략적인 투표를 했다. 그는 대선 당시 직면한 상황에 따라 여야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를 잘 이끌어 나갈 후보를 선택했다고 자부한다.
선거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믿음이지만 B 씨는 이번에는 갈등에 빠졌다. 차기 대통령이 유력한 여야 후보 중 한 명을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이다. 대통령의 덕목 중 도덕적인 가치를 우선시한다는 그는 이재명이나 윤석열 후보 모두 도덕적인 결함이 너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에서 태어나 타지에서 활동 중인 30대 초반의 청년 C 씨는 정치에 무관심하고 냉소적이다. 그는 주위 친구들을 보면 대선 등 정치에 관심 둘 만한 여유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젊은 층의 정치 참여와 지지를 호소하고 있으나 우리는 여전히 정치를 기성세대의 전유물로 여긴다고 했다. 그는 청년들은 공정한 세상을 바라는데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유력 대선 후보들의 이력과 행태 또한 공정과는 거리가 있다며 차라리 황당한 공약을 내건 제3의 후보를 선택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
차기 대선 후보에 대한 비호감 성토는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여론조사 결과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지 후보가 없다, 모르겠다'고 밝히거나 무응답자는 약 25%로 4명 중 1명꼴이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이재명과 윤석열 양강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두 후보는 지지율 합산 80%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를 밑돌고, 윤 후보의 지지율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에 못 미치고 있다. '비호감 대선'이란 평가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국민일보가 대선 100여 일을 앞두고 서울 도심에서 시민 33명에게 내년 대선에 출마한 각 당의 대선 후보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절반 가까운 16명이 지지 후보를 못 정했다거나 기권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뽑을 사람이 없다. 최악을 피하는 선거일 뿐이다"며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근본적으로 이재명, 윤석열 후보 본인과 가족의 도덕성 등 흠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이끌 리더십과 기본적인 소양 등 자질 부족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 후보는 형수에 대한 입에 담지 못할 욕설 등 본인 리스크에다 아들의 도박 의혹으로 비난받고 있다. 이 후보는 아들의 잘못에 대해 발 빠른 사과로 진화했으나 최근 성남도시개발공사 김문기 처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다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으로 야당의 파상공세를 받고 있다. 이 후보는 11일간 호주 출장을 함께 간 김 처장을 언론 인터뷰에서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 유족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 후보의 말 바꾸기도 논란이 되고 있다. 본인이나 가족사에 대해 수시로 바뀌는 변명은 그렇다 치더라도 기본소득과 부동산 세제 등 자신이 내세웠던 주요 정책의 기조를 마구 변경해 표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 계획을 밝힌 뒤 20일 만에 철회했고, 재산세와 국토보유세에 대한 공약도 불로소득을 철폐하겠다는 기존 방침에서 국민이 원치 않으면 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후퇴한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이 후보의 캐치프레이즈 '이재명은 합니다'를 '이재명은 바꿉니다'로 변경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조국 사태와 부동산 시장 불안 국면에서 '우리가 무조건 옳다'고 우긴 현 정부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분석되지만, 미래 국정 운영 책임자로서의 정책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후보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다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리더십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선대위 구성을 시작으로 두 달째 이어지는 당내 갈등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후보는 경선 후 무려 한 달 동안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선대위 영입 줄다리기로 시간을 낭비했고, 이준석 당 대표와 마찰을 거듭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당무 거부 사태에 이어 상임선대위원장 자리를 던지며 이 후보에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는 핵심 관계자, 즉 '윤핵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정치 폐습인 측근 정치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도층 등 유권자들은 윤 후보의 당선 후 국정 운영 능력에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부인 김건희 씨와 장모 리스크는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여당의 공세로 대선판은 혼탁한 양상을 빚고 있다. 숨어 있던 김건희 씨는 허위 경력 기재 의혹에 대해 지난 26일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여전히 윤 후보의 표를 갉아 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 후보는 그동안 배우자 의혹을 방어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공정과 상식의 이미지를 훼손했다.
경선 때부터 이어진 잇단 말실수는 윤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지만, 정치 신인의 준비 부족에 따른 시행착오로 이해할 수 있다.
마음의 드는 후보가 없는 비호감 대선은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유권자들이 선택을 주저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중도와 청년층의 투표율은 내려가고, 보수와 진보의 극한 진영 정치는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다수 국민은 차기 대통령에게 국민 통합을 기대하고 있다. 좌우 정권이 바뀌면서 답습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 보복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다.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보수진영의 전직 대통령 2명이 구속돼 영어의 몸이 됐고 2명은 세상을 등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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