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제조업 ‘에너지값 대란’에 전전긍긍

입력 2021-12-15 13:59:39

염색공단 “내년 증기료 2배 급등, 대구시 차원 지원책 절실”
전기요금 인상 압박에 주물‧열처리·도금 등 뿌리업종 울상

대구염색공단 열병합발전소 전경. 공단 제공
대구염색공단 열병합발전소 전경. 공단 제공

대구경북 제조업계가 에너지값 대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석탄을 태워 증기를 생산하는 염색업계와 가격이 올라도 전기 사용을 줄일 수 없는 뿌리업종이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열병합발전소 연료로 사용하는 석탄 구매단가가 지난 7일 공개입찰에서 1t(톤)당 167달러에 낙찰됐다. 이에 따라 내년 증기요금 단가는 5만원 안팎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올 들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석탄 가격이 국제 원자재값 상승, 해상운임 폭등과 맞물리면서 2배 이상 오른 영향을 받았다. 염색공단 입주업체 증기요금 단가는 지난 9월까지 t당 1만7천원이었으나 10월부터 2만6천500원으로 올랐고, 인상된 석탄값이 모두 반영되는 내년부터는 5만원 이상으로 오르는 것이다.

입주업체가 부담하는 증기요금도 9월까지는 월평균 2천400만원 수준이었지만, 10월부터 3천700만원으로 올랐고 내년부터는 6천800만원 가량을 내야 할 전망이다. 불과 4개월 만에 증기요금만 월 4천400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염색공단은 최근 유연탄 가격이 고점을 찍고 하락 추세인 점을 감안해 당장 필요한 물량만 구매하고 추가 구매 여부를 판단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일감 부족과 인력난, 주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업체들의 위기를 극복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염색공단은 다시 한 번 대구시로부터 내년 상반기 상·하수도 요금 감면을 바라고 있다.

김이진 염색공단 이사장은 "앞서 두 차례에 걸친 대구시의 상·하수도 요금 감면으로 위기 극복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증기요금 대폭 인상으로 원가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요금 감면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급등한 발전단가에 비해 상승세가 주춤한 전기 요금도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일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결정할 예정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과 해외 전기요금 동향을 반영해 일정 부분 전기 요금을 인상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기요금 인상은 주물이나 열처리, 도금 등 제조 특성상 설비 가동을 멈출 수 없는 뿌리업종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지역업계에 따르면 제조 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만 15%에서 30%에 이른다.

대구 주물업계 관계자는 "4분기에 오른 전기요금이 내년 한 차례 다시 오른다면 대부분의 뿌리업종이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조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면밀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