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경제는 정치 아닌 법치의 힘으로

입력 2021-12-14 18:35:49 수정 2021-12-14 19:41:53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근 서울대 경제학부 학생들에게 특강하는 자리에서 "경제는 과학처럼 보이지만 사실 정치"라고 했다.

이어 자신의 정책인 '기본금융'과 관련해 "부자들은 잘 갚는 집단이니까 이자율이 엄청 싸고, 가난하면 이자를 엄청 높게 내야 한다. 이게 정의로우냐"고 반문했다. 물론 이 후보는 "상황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어야 하고 금융의 공공성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부연했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소득주도성장'에서 보듯 지도자의 잘못된 경제관은 국가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

'가난한 사람은 이자를 많이 내고, 부자는 원하는 만큼 빌릴 수 있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는 주장은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이자가 싸고, 낮을수록 이자가 비싼 통상의 금융 원칙과는 배치되는 주장이다.

이 후보의 발언은 당선 시 관 주도의 경제와 포퓰리즘을 실행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또 가난한 자와 부자를 구분하는 이 후보의 '이자론'은 은행권에 약자인 서민 다수의 표를 얻으려는 국민 갈라치기식 경제관이다. 돈을 빌리는 데 애로가 있는 사람을 모두 내 편으로 만들려는 심산이다.

부자나 신용도가 높은 사람은 높은 이자를 내고, 가난한 자나 신용도가 좋지 않은 사람이 낮은 이자를 낸다면 세상의 어느 은행이 버티겠나. 이런 은행이라면 순식간에 망하고 말 것이다. 은행이 망하면 국가경제가 붕괴하는 것은 물론 가난한 자와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

가난한 자나 서민 다수는 이 후보의 발언이 솔깃할 수 있다. 담보가 없는 자영업자·중소기업 사장들조차 심정적으로는 금융권에 약자라고 느낄 것이다. 이 후보의 발언은 이런 유권자들의 마음을 훔치려는 선동이다. 민간은행의 금리를 소득별로 국가가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독재국가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후보의 반시장적 경제관은 '특정 지역에서의 음식점 허가총량제'와 '국토보유세'에서도 잘 드러난다. 물론 좁은 지역에 음식점이 난립하면 제 살 깎기식 경쟁으로 업소가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또 철회할 수도 있다고 발을 빼기는 했지만 땅은 공공의 것=국가의 것이라는 이 후보의 인식은 조그마한 땅만 가져도 세금을 걷어 이른바 약자들에게 나눠 주겠다는 포퓰리즘이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 등에서 시장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법치가 확립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모든 사람이 준수하여야 할 최소한의 정의(正義)가 법이며, 국가는 '경제주체가 각자 노력한 성과를 향유할 수 있는 정의'가 보장되도록 법을 제정하고, 그 법을 제대로 집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법질서가 확립되어야만 기업인과 국민들이 최선의 노력을 하게 되고, 개개인의 이기심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가 환생한다면 철저히 법치를 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경제력 격차를 보고 법치의 위력에 스스로 놀랄 것이다. 중남미·아프리카와 북미·유럽의 양상을 보면 그렇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노스(North) 등 신제도학파 경제학자들도 법치가 사유재산권 보호, 계약의 이행, 계약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예측 가능성 제고 등을 가능케 해 경제발전과 경제정의 실현의 필수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경제는 이 후보의 말처럼 정치가 아니라 경제원칙에 바탕을 둔 법치에 의해 움직여야 효율적이다. 그 원칙은 공정경쟁, 계약의 신성함, 자기책임 등이다. 나머지는 자유로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