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비욘드트러스트 號

입력 2021-12-10 21:29:28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7년 8개월 만에 인천∼제주 항로에 '비욘드트러스트'(BEYOND TRUST)호(號)가 10일 취항했다. 2만7천t급 카페리(여객·화물 겸용선)호로 길이 170m, 너비 26m, 높이 28m이며, 승객 854명, 승용차 487대, 컨테이너 65개 등을 싣고 최대 25노트(시속 46㎞ 정도)로 운항할 수 있다. 전체 7층 구조로 1층부터 4층은 화물 및 차량 적재실, 5층부터 7층은 승객 및 승무원 객실이다. 편도 기준 운항 거리는 274마일(440㎞)이고 운항 시간은 14시간 안팎이다.

'비욘드트러스트'호는 해상 사고 예방에 각별히 신경 썼다. 운항 노선은 세월호 침몰 현장인 '맹골수도'를 피했다. 맹골수도는 물살이 빠른 곳으로 세월호 참사 당시 전문 잠수사도 수중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맹골수도를 우회하면 왕복 운항 거리가 16㎞ 늘어나고 시간도 40분가량 더 소요되지만 안전을 위한 조치다.

선박 내 '실시간 화물 중량 관리 체계(Block Loading System)'를 도입해 화물실별, 구역별 실제 선적 무게를 매 20초마다 계산, 과적이나 선박의 불균형을 실시간으로 해소한다.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꼽혔던 화물 과적과 선박 불균형 요인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또 육지에서 선박의 위험 요소를 사전에 경고하는 원격 경고 시스템도 갖췄다. 사고 발생 시 승객들이 슬라이드를 통해 구명벌(천막처럼 펴지는 구명보트)에 탑승할 수 있는 해상 비상 탈출 시스템도 마련했다.

여러 안전장치에 덧붙여, '비욘드트러스트'호의 운임이 현실에 부합하기를 바란다. 저렴한 운임이 아니라 현실에 맞는 운임을 책정함으로써 규정에 맞게 승객과 화물을 나르고도 선사가 적절한 이익을 얻도록 해야 한다. 인내와 단련으로 양심을 지키기는 어렵다. 양심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양심이 시험에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의 주원인이었던 무리한 증개축, 과적, 평형수 배출 등은 돈 때문이었다. 돈 몇 푼 더 벌자고 선사가 악 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양심을 지키고, 생명을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