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입력 2021-12-09 11:40:20 수정 2021-12-11 08:10:31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지음/ 사계절출판사 펴냄/ 2002년

도시 풍경. 박무출 제공
도시 풍경. 박무출 제공

자신이 세상에서 해야 할 소명을 깨닫게 된다는 '지천명'(知天命). 50을 눈앞에 두었지만 아직 그 심오한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언젠가는 20년 직장 생활을 보험삼아 '마당을 나올 계획'을 실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변화를 생각해야 하는 상황 때문인지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책이 제목부터 눈길을 사로잡았고 내용 또한 큰 울림을 주었다.

작가 황선미는 충남 홍성에서 태어났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미래에 대작가가 될 운명이었을까. 어린 여자아이는 혼자 학교에 남아 동화책 읽기가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한다. 국내 창작 동화로는 첫 번째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2014년 런던국제도서전 '오늘의 작가'로 선정, 폴란드 '올해의 아름다운 책' 등을 수상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제목과 달리 명작이다.

알을 얻기 위해 기르는 암탉인 '잎싹'이 알을 품어 병아리를 탄생시키는 꿈을 꾼다. 그 꿈을 위해 안전한 마당을 나와 족제비라는 위험이 있는 야생에서 도전적인 삶을 살면서, 비록 병아리는 아니지만 청둥오리 새끼를 훌륭하게 성장시키고 결국은 족제비에게 생을 빼앗긴다.

"애야, 우리는 마당에 돌아갈 이유가 없단다. 나는 마당에서 필요 없는 암탉이고, 너는 마당 식구들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야."(138쪽) 어린 청둥오리가 험난한 야생에서 힘들어하며, 안전하고 편안한 마당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애원했을 때 엄마인 잎싹이 한 말이다. 대자연에서 훨훨 자유롭게 살아가는 꿈을 일깨워준다. 청둥오리는 야생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매에게 대항하기도 하는 삶을 살아갈 때 자연의 한 부분으로 소명을 다하는 것이다.

결말은 비극처럼 보이지만 마지막 그의 나지막한 독백은 최고의 삶을 살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 가지 소망이 있었지.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그걸 이루었어. 고달프게 살았지만 참 행복하기도 했어. 소망 때문에 오늘까지 살았던 거야."(189쪽)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짧은 명제를 동서고금 철학자들이 많이 고민했다. 그 의문에 대한 대답은 철학자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얻는 경험의 질과 양에 의해서 각자 정의를 내리게 된다. 다행인 것은 이 말에 대한 대답은 하나만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것은 책을 읽어 간접 경험을 하며 대답의 지침을 찾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서도 대답 하나를 들을 수 있었다. 아시아의 동쪽 작은 나라 어느 시골에서 책에 빠져서 혼자 있는 교실의 무서움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성장해서 아주 쉽고 아름다운 언어로 말해준다. "사람은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조금씩 노력하며 살아갈 때 행복한 것"이라고.

초등학생이 읽기에도 쉬운 이야기지만, 메시지는 두꺼운 철학책 이상으로 묵직하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했는지를 알게 되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될 것이고, 잊고 있던 스스로의 꿈을 다시 꾸게 되지 않을까 싶다.

박무출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