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집안 형편 탓 이른 나이부터 생계 전선 뛰어들어
큰형 세상 떠나고 술로 지내다 한 순간 건강 잃어…"살 수 있다" 희망 되새겨
대구의 한 기찻길 옆 동네. 골목 사이 옹기종기 모인 한 주택 1층 단칸방에 이혜찬(가명·55) 씨가 앉아 있다. 몸이 저절로 움츠러드는 추위지만 방바닥은 냉골이다. 없는 형편에 아픈 형과 노모를 부양하느라 보일러를 틀 돈이 없다는 이 씨는 흔한 전기장판 하나 없이 찬 바닥에 매번 몸을 뉜다. 시계 초침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고요한 집. 간혹 들려오는 기차 소리만 방을 가득 메울 뿐이다.
◆일찍이 생계 전선에 뛰어들어
남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았다. 어릴 적부터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던 터라 이 씨는 일찌감치 생계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군대 제대 후 시작한 시장의 식품 가게에서 6년, 농산물 가게에서 11년을 각각 일했다. 오전 4시부터 밤 늦게까지, 1년에 고작 3일을 쉬며 하염없이 돈을 벌었다. 모은 돈으로 자신의 과일 사업을 시작해 보려던 차 IMF 외환위기를 맞았다.
그래도 금세 다시 일어섰다. 먹고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택배 일을 시작해 6년을 버텼지만 무거운 짐들을 끊임없이 배달하다 보니 원래 성치 않던 왼쪽 다리의 통증이 더 심해지면서 일을 그만두게 됐다. 쉬려니 좀이 쑤셨다. 끊임없이 일을 찾던 이 씨는 지인의 소개로 기계 공구 유통 회사에 계약직으로 들어가 1년 넘게 일했고 퇴직 후 곧바로 퀵 배달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었다.
결혼도 제쳐두고 누구보다 성실히 일만 했던 이 씨의 삶은 지난 2017년 큰형이 세상을 떠나면서 서서히 무너졌다. 기계 부품사업 일을 하던 형은 몸이 아팠고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큰형의 죽음에 이 씨는 6개월 동안 술을 달고 살았다. 그동안 너무 일만 하느라 제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탓일까. 이 씨에겐 간경화 말기가 찾아왔고 뇌종양까지 발생하면서 건강은 한순간 최악으로 치닫게 됐다.
◆큰형은 세상 떠나고 작은형은 우울증
열심히 살았기에 병도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런 이 씨 역시 삶을 그만두려 건물 옥상까지 올라갔지만 차마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순 없었다. 이 씨마저 떠나면 노모와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심한 작은 형을 돌볼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씨의 어머니는 고령에다 중풍 초기 증상까지 찾아와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작은형은 젊은 시절 폭행 사건을 말리다 잘못 연루돼 교도소에 1년간 수감됐다. 그 충격이 큰 탓이었는지 형은 출소 후 집 밖을 나오지 않았다. 우울증 증세는 나날이 심해졌고 사람이 많은 곳에는 지나다니지 못할 정도로 공황 장애도 심하게 찾아왔다. 현재는 저렴한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중이다.
그런 가족을 돌보는 일은 오롯이 이 씨의 몫이다. 이 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이른 아침에 인근 노모의 집을 찾아 어머니를 돌본다. 하지만 마음은 나날이 초조해진다. 기초생활수급비 68만원으로 형의 간병비와 비급여 치료비를 감당하고 나면 정작 이 씨가 사용할 생활비는 없다. 게다가 이 씨 역시 간경화와 뇌종양 수술을 위해 대출을 많이 쓴 탓에 갚아야 할 비용도 700만원에 이른다.
어떻게든 돈을 벌고자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택배 회사로 나섰지만 하루 만에 마음을 접었다. 간경화가 말기인 탓에 이 씨의 몸은 금세 피로해져 일을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그 역시 시한부 삶이지만, 가족 걱정에 여전히 몸을 돌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세 형제 모두 잘살지 못했다는 게 죄송스러워 어머니께 그 흔한 밥 한 번 해달라고 하지 못한다.
그가 유일하게 기댈 곳은 좋은 글귀를 담은 책뿐. 거실에 수북하게 쌓인 책을 읽고 또 읽으며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되새기고 있다. 없는 형편이지만 사회복지기관에 기부를 하며 오히려 남을 돕는 이 씨. 거친 손을 가진 그에게서 따뜻함과 단단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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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전달 내역]
◆결혼 이민 왔지만 남편과 시댁의 괴롭힘에 시달린 하야 씨에 2,212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결혼 이민 왔지만 남편은 가정 폭력 휘두르고 시댁은 일만 시켜 딸과 집을 나온 하야(매일신문 11월 23일 자 10면) 씨에 2천212만1천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문심학 20만원 ▷김영관 5만원 ▷라선희 3만3천원 ▷이강준 3만원 ▷곽동희 2만원 ▷김태상 1만원 ▷문민성 1만원 ▷이영수 1만원 ▷이진기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뇌경색에 아픈 남편과 염색체 이상 아들, 우울증 걸린 딸 돌보는 엄마 최란 씨에 2,629만원 성금
열여섯에 엄마 돼 열심히 살아왔지만 남편은 뇌경색으로 아프고 아들과 딸은 각각 염색체 이상과 우울증으로 힘겨운 최란(매일신문 11월 30일 자 9면) 씨네 가족의 사연에 53개 단체 218명의 독자가 2천629만2천936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다우약품 100만원 ▷상서고(거점 비즈쿨 학교) 교직원 및 학생일동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뉴프라임(성점화)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이동훈)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라하우젠트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경북장식철물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매일신문 사회부 일동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보영)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태왕(김수경) 10만원 ▷혜민학원(조현모)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도개종합건설(김현수)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봉란옥(이순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중명산업주식회사(김재홍)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창성공업사(남정복)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농협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알뜰재활용 1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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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혁사도요한' '최종윤아델라' '황경희글라라' 각 100만원 ▷'성암' 20만원 ▷'대명 우씨네' '등명불건강' 각 15만원 ▷'16살엄마기사분서은' '주님사랑' 각 10만원 ▷'김재연힘내세요' '매주5만원' '성금' '응원합니다' '조동수힘내세요' '최한태최수진' 각 5만원 ▷'동차미' 3만4천원 ▷'예수님사랑' '지원정원' '호산나' 각 3만원 ▷'39세 최란씨께' '석희석주' '최란씨에게' '최씨사연' '효빈' 각 2만원 ▷'강해만이진주' '그냥..' '조희수건강회복' '지현이동환이' '채민기(행운포*)' 각 1만원 ▷'지성이' '채영이' 각 2천원 ▷'돼지' 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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