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을 알리는 비상벨이 또 울렸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1차 공공기관 이전 효과가 사라지자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이 다시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1년 새 11만 6천 명(2020년 11월 1일 기준)이 수도권으로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이 한창이던 지난 2015년 수도권에서 8만 5천 명이 순유출됐던 것과 대조된다.
며칠 전 나온 젊은 층의 인구 추이는 더 심각하다. 지난 2018년부터 올해 10월까지 20∼39세 인구 추이를 분석한 결과, 대구는 7.7%(64만 8천823명→59만 8천429명), 경북은 9.85%(61만 9천667명→55만 8천636명)나 감소했다. 울산(-11.1%), 경남(-10.3%), 전남(-9.17%), 부산(-8.1%)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전체가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급팽창했다. 청년들이 썰물처럼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매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공공기관 이전 포기 선언 이후 나온 경고음들이라 충격은 더 컸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22일 "(2차 공공기관이전이) 지금은 사실상 어렵다. 다음 정부가 오면 딱 넘겨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사실상 이전 포기 선언을 했다. 준비 작업을 해 놓겠다고 밝혔지만, 공공기관 이전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현 정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방의 국민을 우습게 알고 우롱했다. 공공기관 이전은 2017년 대선에서 현 정부가 들고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이듬해에는 122개 공공기관 이전을 공식화했다. 지난 9월에는 "올해 가을에 어느 정도 큰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민들을 설레게 했다. 포기 선언 하루 전까지도 그랬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수도권에 좋은 일자리가 모여 있어서 지방의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모여들고 있어 지방은 더욱 소멸하고 피폐해졌다'고 밝혔다. 그래 놓고 하루 만에 돌연 태도를 바꿔 버렸다. '얼마나 지방민들을 우습게 보는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전 준비를 착실히 해왔던 터라 더 분통이 터진다. 대구경북이 그동안 들인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지난 2018년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발표하자 대구시는 곧바로 이전 대상 기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듬해 실무추진단을 구성하고 외부 전문가들과 추가 이전 대응 방안을 위한 토론회도 수차례 개최했다. 지난해 9월 공공기관 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17개 핵심 유치 기관을 선정했다. 최근에는 혁신도시에 고교 이전까지 확정했다.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 격이다. 그럼에도, 소멸 중인 지역으로선 공공기관 2차 이전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애가 탄다.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탈원전 등 해서는 안 되고 하지 말아야 할 정책은 5년 내내 고집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이전 등 국민이 원하고 반드시 해야 할 정책은 나 몰라라 했다. 마치 청개구리 같다. 대통령 스스로 아직 6개월이나 남았고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기간이라 밝혔다. 지지율도 낮지 않다. 남은 임기 동안, 문 대통령이 공공기관 이전 약속을 꼭 지키길 기대한다. 비록 결과는 나빴지만, 청개구리도 마지막에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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