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후보 ‘데이트 폭력 살인사건’ 변호와 이상한 화법

입력 2021-11-26 05:00:00 수정 2021-11-26 08:24:06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요소수 관련 긴급점검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요소수 관련 긴급점검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의 조카가 저지른 데이트 폭력 살인사건을 변호했던 것에 대해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24일 사죄했다. 이 후보가 언급한 '데이트 폭력 범죄'는 2006년 5월 서울 강동구에서 벌어진 모녀 살인사건이다. 당시 이 후보의 조카는 헤어진 여자 친구 집을 찾아가 흉기로 전 여자 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각각 19번, 18번 찔러 살해했다.

이 후보는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 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 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미 정치인이 된 후여서 많이 망설여졌지만 회피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변호사가 사건 변호를 맡은 것이 잘못일 수는 없다. 흉악범이라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당시 이 후보는 가해자를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24일 이 후보는 전체를 모호하게 설명하고 사과함으로써, 마치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안 되는 일가친척 집안 사람을 변호한 것이 잘못인 것처럼 맥락을 비틀었다. 이재명 후보의 화법이 이런 식이다.

며칠 전 이 후보는 "(부동산) 개발이익 환수법을 막는 자는 '화천대유'를 꿈꾸는 공범"이라며 국민의힘을 비난했다. 대장동 사건의 본질은 '개발이익 100% 미환수'가 아니라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겸 사장직무대리였던 이 후보 측근이 민간 투기꾼들과 결탁해 비리를 저지른 것이다. 이 후보 역시 관련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문제의 핵심을 교묘히 돌리며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형수에게 퍼부은 입에 담지 못할 쌍욕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는 사과를 하면서도 '당시 상황'을 강조했다. 자신은 어쩔 수 없이 그런 잘못을 저질렀으니 정상참작(情狀參酌)이 필요하다는 식이다. 이 후보는 흔히 자신의 잘못을 상황논리로 변명하고, 문제의 핵심을 왜곡하며, 책임을 다른 쪽으로 돌린다.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이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