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로 금리’ 시대 마감, 경제 주체들 금리 상승에 대비해야

입력 2021-11-26 05:00:00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연 0.75%인 기준금리를 1%로 올렸다. 2020년 3월(0.75%) 시작된 '0%대 기준금리' 시대가 1년 8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이번 금리 인상은 코로나 사태 이후 시장 유동성이 과도한 데다 글로벌 공급망 충격,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물가가 치솟는 것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장금리가 따라 인상되고,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지게 된다. 가계 부채는 3분기 기준 1천845조 원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 중이다. 0.25%포인트(p)의 금리 인상만으로도 가계대출 이자 부담이 5조8천억 원 늘어난다. 초저금리 때 빚내 아파트, 주식 등 자산 시장에 투자한 '영끌' '빚투족'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들의 부채 부담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자영업자 대출은 858조 원으로, 금리가 올라가면 부담이 불어날 수밖에 없다.

금통위는 기준금리가 코로나 사태 발발 직전 수준인 1.25%까지는 도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준금리 1.0%는 긴축은커녕 중립도 아닌 완화적이란 시각이다. 내년 초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시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대선을 앞둔 돈 풀기 공약 남발도 금리 추가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들이다.

금리 인상 본격화로 경제 주체들의 대응이 시급해졌다. 대출자들은 이자 부담 증가에 대비해야 하고 금융 당국은 은행들의 과도한 예대마진 확대를 막아야 한다. 대출 금리에 예측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대출자들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과 같은 고부채 국면에서의 금리 인상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0.25%p 오르면 경제성장률이 0.15%p 낮아지고 물가와 부채 억제 효과는 미미하다는 주장이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한은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