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떠나면 너그 엄마 모시고 가라" "딸이 마음 편하데이"라고 말씀하셨죠
산에 단풍 곱게 물드는 가을날에는 엄마 보고 싶어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단풍이 곱게 산천을 물들게 하고 누런 곡식으로 가을걷이하고 벼 이삭을 주울때 쯤 세상에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신 내 엄마. 엄마 생각에 오늘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여보세요. 옆집 아줌마인데, 너희 엄마가 빨리 오란다. 꼭 네가 와야 된다고 한다." 희미하게 동이 트고 창문에 붉게 물들던 이른 아침에 받은 전화 한 통은 엄마의 위독함을 알려 주었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가슴은 눈물이 앞을 가리고 엄마 집에 도착했다. 몸도 겨우 가눌 만큼 힘이 없어 보였고 얼른 차를 타고 읍내부터 가자고 재촉했다. 읍내에 나가 돈을 찾고 정리할 것이 있다던 엄마. 나는 그게 뭐 그리 중요하냐며 안심시킨 뒤, 차에 몸을 싣고 대구로 향했다. 대구로 가는 길, 나란히 엄마와 손을 꼭 잡고 앉아서 도란 도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모두 정리하고 가야 하는데... 나에게 짐만 지우게 하고 떠날지도 모른다고 하셨다. 이동하는 내내 이야기 속에서 딸인 내 생각뿐이셨다. 병원 문을 들어서는 순간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 찾아왔다. 의사 선생님은 내게 수술을 할 것인지 치료만 할 것인지. 수술한다고 해도, 하는 도중에 어떻게 될지는 장담을 못 한다고 하셨다.
선택의 순간에서 자식인 나는 떨리는 가슴으로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의사 선생님은 오늘 밤을 못 넘길지도 모른다며 자식을 모두 부르라고 했다. 엄마는 고통을 호소하고 울고 또 울면서도 나에게 많은 의지를 바랐다. 응급실 의자에 앉아 엄마를 바라보며 곁을 떠나지 못했다.
하루 만에 기적적으로 차도가 있어 일반 병실로 옮기게 되었고 엄마의 혈색은 조금씩 나아 지는 듯 보였다. 엄마는 이제 집에 가도 된단다고 말씀하셨다. 활짝 웃는 엄마의 환한 미소는 엄마의 병세를 말할 수 없는 내게 아픈 가슴으로 남아있다.
입원한 지 며칠 만에 퇴원을 하고 딸인 내 집으로 모셔 오게 되었다. 엄마는 늘 말을 했다. 나는 너희 집에 가련다. 너그 집이 마음 편하다. 내 자식인 작은 아들을 돌봐 주었고 정이 많이 들었다. 어디를 가든지 엄마 지갑 속에는 내 전화번호만 들어있을 정도였다. 그 모든 게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었고 마음 편하다는 표시였던 것 같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후회로 남겨지는 한 부분으로 기억된다.
긴 밤 엄마와 이야기하다 보니 어둠은 짙게 내리고 자정이 다가 오고 있었다. 인제 그만 자라 팔베개를 해 주었고 순간 엄마 품에 안겨 눈시울을 적셨다. 엄마는 말을 했다. 이제 끝인 것 같 데이. 엄마 엄마 부를 날도 나를 볼 날도 행여 엄마가 눈치챌까 소리 없이 흐느끼기를 잠깐 순간 잠이 들었고 떨거덕 소리에 잠이 깼다. 엄마는 거실 한 가운데 앉아 있었다. 엄마 왜 거기 그렇게 있는가 아픈가. 병원에 가볼란가 그래 한번 갔다 오면 괜찮을 것 같은데 또다시 병원에 갔고 돌아오지 못한 곳으로 떠나갔다.
엄마는 그렇게 먼 길을 떠났고 딸인 내게서 잊혀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아있다. 아직도 엄마의 말들이 귓전에서 맴돌아 눈물이 한없이 가슴을 울린다. 엄마는 딸이 있어 좋겠다. 나는 딸도 없는데... 그래 딸이 마음 편하데이 그 말 한마디가 아픔으로 남겨진다. 엄마를 내마음 속에 담아두고 살아가며 가르침에 따라 전통 생선김치를 만들고 있다. 오랫동안 엄마의 마음을 이어가고 싶다.
바쁘다는 핑계로 이 좋은 세상에 엄마와 여행 한 번 가지 못한 것은 후회가 된다. 내 마음속에 항상 내 부모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 모습으로 남아있다. 나는 아버지 엄마와 마지막을 보낸 자식으로 남아있다. 내 떠나면 너그 엄마 모시고 가라던 아버지와 너그 집에 가면 다 쓰고 갈란다. 그게 뭐라고 우다지고 있었는가 한없는 슬픔에 눈물이 나고 단풍이 곱게 물들고 내 엄마 그리움에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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